
장금상선 VLCC 캐리비언 글로리호
보통주와 자기주식으로 외부 주주 지분 정리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지난달 20일 재무적투자자(FI) 제마가 보유한 우선주 6000주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했다. 취득가는 624억원, 주당 약 1041만원이다. 이로써 우선주 3만주는 모두 자기주식이 됐다. 보통주 10만주는 정 부회장이 전량 보유하고 있다. 상법상 자기주식에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으므로, 회사의 의결권과 이익은 사실상 정 부회장에게 귀속된다.
이번 정산은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우선주를 되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1년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2400억원을 우선주로 조달한 뒤, 2023년부터 콜옵션을 나눠 행사해 IMM 측 지분을 줄여 왔다. 콜옵션 행사 기한은 2028년 3월이었지만, 회사는 이를 1년 5개월가량 앞당겨 투자금을 모두 청산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2011년 설립된 탱커 선사다. 석유제품운반선(MR탱커)을 중심으로 글로벌 석유 메이저와 장기 용선 계약을 맺으며 선대를 키워 왔다. 2021년에는 불황 속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외부 자본을 수혈했다.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정 부회장은 2022년부터 장금마리타임을 통해 중고 VLCC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올해 2월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VLCC 운임이 치솟았고, 8월 중순 장금마리타임은 하루 51만달러 수준의 운송 계약을 따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도 지난해 매출 9842억원, 영업이익 217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2%에 이른다. 정 부회장이 베팅한 선대가 고운임 구간에서 현금을 불린 셈이다.
VLCC 선단과 호르무즈 해협 운송 점유
장금상선그룹은 운용 선대를 130~150척 규모로 불리며 단일 규모 세계 최대 VLCC 선단을 구축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에는 페르시아만에 배치한 VLCC를 원유 저장용 부유식 시설로 임대하며 하루 50만달러 수준의 용선료를 벌어들였다.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9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초대형 유조선의 47%, 10월 초에는 50% 이상을 점유했다.
이 같은 수송 역량이 장금마리타임의 실적으로 이어졌다. 장금마리타임은 2024년 매출 1조 5118억원, 순이익 336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1조 8822억원으로 25%가량 늘었다.
MSC 합작 앞두고 자산 재편, 지배 구조의 향방
장금마리타임은 올해 2월 MSC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약 7350억원을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거래가 끝나면 정 부회장과 MSC가 지분을 50%씩 나눠 갖는 공동 경영 체제가 된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그리스·키프로스 등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으며, 그리스 당국은 이미 승인했다.
시노코페트로케미컬은 계열의 자금줄 역할도 맡고 있다. 지난달 18일 계열사 시노코탱커에 2042억원을 연 5.54% 금리로 빌려주기로 해, 대여 잔액은 3876억원으로 늘었다. 그룹 관계자는 "불황기 자본 확충을 위해 외부에서 조달한 투자금을 호황기 이익으로 조기 상환했다"고 밝혔다. 호황의 열매를 지배력 강화로 바꾸는 행보가 합작 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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