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목)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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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과 싸우는 '배드민턴 퀸' 안세영(21·삼성생명)의 새해 출발은 여러모로 극적이었다.

안세영은 지난 14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 정상에 올랐다. 오른쪽 무릎을 다쳤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3개월 만의 우승이다.

이로써 안세영은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등급 대회(전영·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모두 제패해본 선수가 됐다. 이 대회 여자 단식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도 안세영이 처음이다.

재활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깜짝 우승과 기록인 터라 안세영도 "신기했다"고 얼떨떨해했다.

그러나 들뜬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안세영은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하고 닷새 뒤에 열린 인도오픈 8강전에서 무릎 통증과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기권을 선언했다.
몸 상태를 회복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다 결국 탈이 나고 만 것이다. 2024 파리 올림픽을 반년 앞두고 들이닥친 악재다.

23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만난 안세영에게서도 복잡미묘한 심정이 느껴졌다.

안세영은 예상치 못했던 우승에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도 파리 올림픽에 대한 걱정에 살짝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안세영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어서 많이 기대하지는 않았다. 뜻하지 않게 우승하니까 저도 어색하게 세리머니를 했었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인도오픈 기권을 두고는 "급하게 준비했고 경기를 뛰고 싶어 빨리 복귀한 감도 있었다"면서도 "이런저런 상황에서 게임을 뛰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상은 치료하면 되고 앞으로 잘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못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안세영은 속마음을 어렵사리 털어놓았다.

안세영은 "무리해서 준비했나 후회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다쳐서 올림픽까지 어떻게 갈까 하는 생각도 한다"면서 "계속 아프니까 좀 힘든 것 같다. 걱정이 많이 된다"고 살짝 북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은 안세영 자신이다.

안세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1회전 탈락, 2020 도쿄 올림픽 8강전 패배 등 고비 때마다 눈물을 쏟으면서도 이윽고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전의 기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안세영은 부상으로 자유롭지 못한 발놀림을 보완하기 위해 스매시, 클리어 등의 스트로크에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안세영이 추후 몸 상태를 회복해 넓은 코트 커버 범위를 되살려낸다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안세영은 "움직임이 느려지고 제한되다 보니까 공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며 훈련했다"면서 "최상과 최악의 몸 상태를 모두 겪어봤기 때문에 (플레이 방식을) 어떻게 더 잘 만들어갈지가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세영표 끈기와 긍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픈 곳을 보강하면 올림픽에선 몸이 좋은 상태로 뛸 수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정말 설레고 기대된다. 올해를 낭만 있게 끝내고 싶다"고 결의를 드러냈다.

안세영은 향후 5주간 전담 트레이너와 재활 과정을 밟은 뒤 오는 3월 전영오픈 등 유럽 대회에 출전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안세영은 "재활을 하면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자료=연합)

이수환 글로벌에픽 기자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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