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남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부자가 첫 대면한 자리로 단독 면담에도 불구하고 해결책 없이 끝나면서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콜마비앤에이치에 따르면 해당 자리에서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과 관련 불협화음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죄했으며 윤동한 회장도 이를 진지하게 들으며 대화를 나눴다. 윤상현 부회장은 아버지의 경영 철학을 받들어 그룹을 이끌겠다며 사과했고, 이에 윤동한 회장이 진지하게 얘기를 들으며 식사 자리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해법 없는 사과, 신뢰 회복엔 한계
윤동한 회장의 반응도 신중했다. 윤동한 회장은 "어떠한 사안이든 진정한 화해와 신뢰 회복은 말뿐인 '사죄'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과 '실천'이 따를 때 가능한 일"이라며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실제로 취하는지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2018년 경영합의서가 분쟁의 핵심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의 근본 원인은 2018년 체결된 경영합의서의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다. 지난 2018년 경영합의서에는 콜마비앤에이치에 대한 사업 경영권을 윤여원 대표에게 부여하고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의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여원이 부여받은 권한을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인 콜마비앤에이치는 윤여원 대표가 화장품·제약 사업은 윤상현 부회장이 각각 책임 경영하는 콜마그룹의 경영 질서가 확립됐다. 이 합의서는 윤동한 회장과 두 자녀를 비롯해 콜마홀딩스 및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공동으로 서명한 공식 문서다.
그러나 지난 5월 2일 윤상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콜마홀딩스가 자회사 콜마비앤에이치를 상대로 사내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윤동한 회장과 딸 윤여원 사장은 이달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내용에는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 소집 및 개최 절차 중단 △주총 개최 시 특정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결권 행사 금지 등이 포함됐다. 신청서에는 위반 시 윤 부회장은 500억 원, 콜마홀딩스는 3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위약벌 조항이 명시됐다.
기업 가치 훼손 우려 확산
장기화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표 측은 "오히려 윤 부회장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K-뷰티 열풍으로 화장품 ODM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강자인 콜마그룹의 내홍이 장기화되는 것은 산업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콜마그룹은 세계적인 화장품 ODM 기업으로 성장해온 만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화해와 합의를 통해 조속한 갈등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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