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8.19(화)

인천공항 임대료가 면세점 판도 바꿨다

롯데, 입찰 탈락 덕분 흑자로 돌아서 … 신라·신세계는 '승자의 저주'

안재후 CP

2025-08-19 11:14:15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제공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제공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년 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서 탈락하며 '패자'로 불렸던 롯데면세점이 오히려 업계 유일의 흑자 기업으로 거듭나며 주목받고 있다. 반면 당시 '승자'였던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막대한 임대료 부담에 시달리며 적자의 늪에 빠져 공항공사와 격렬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신의 한 수'

롯데면세점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은 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으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성과는 2023년 인천공항 입찰에서의 '보수적 선택'이 역설적으로 기회가 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6000~7000원대의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한 반면,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최저수용금액보다 각각 68%, 61% 높은 8987원과 9020원의 객단가로 경쟁했다.
결과적으로 롯데면세점은 22년 만에 인천공항에서 철수했지만, 이는 월 300억원대 고정 임대료를 10년간 부담하는 구조를 피한 결과가 됐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라와 신세계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써낸 것은 당시 업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과도한 베팅이 패착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다이궁 거래 중단의 효과

롯데면세점의 흑자 전환에는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거래 전면 중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해 1월 업계 최초로 다이궁 거래를 중단한 롯데면세점은 단기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다이궁은 매출액의 20~35%를 수수료로 돌려줘야 하는 구조 탓에 수익성을 잠식해왔다. 롯데는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매출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거래 중단을 선택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개별관광객 매출이 증가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며 "하반기 방한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객 유치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천공항 사업권을 획득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신라면세점은 113억원, 신세계면세점은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면세점도 1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들의 고민은 '여객 수 연동' 방식의 임대료 구조에서 비롯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 제공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 제공



격화되는 임대료 갈등

상황이 악화되자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법원에 임대료 40% 감액을 요청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두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행시장 환경 및 소비자 구매패턴 변화 등을 이유로 임대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현 임대료가 공개 경쟁입찰에서 면세점들이 직접 제시한 금액인데다 시장환경 변화는 임대료 조정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조정안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공항공사는 "계약 변경은 배임 소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8월 14일 예정된 2차 조정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면세점 측은 현재 매달 수십억 원대의 손실을 감내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위약금 1900억원을 감수하고서라도 철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구조 변화의 신호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면세점 업계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면세점 시장 상황이 몇년새 크게 바뀐 만큼 공항이 기존의 임대료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면세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임대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면세점 업계는 외형 중심의 경영 전략을 수익성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 다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개별 관광객 중심의 매출 구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기준 주요 면세점 3사 중 1위를 기록했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업계에서 이제는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하반기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확대와 경주 APEC 개최 등으로 방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시적 수요 회복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공항과 면세점 간의 임대료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면세점 철수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면세점의 사례는 때로는 '지지 않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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