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선우 변호사
따라서 보이스피싱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의자가 범행 당시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구체적인 정황이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했는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법원이 미필적 고의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살피는 기준은 '업무 수행 방식의 비정상성'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나 채권 추심 업체라면 길거리나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서 고객을 만나 수천만 원의 현금을 직접 수령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또한 회사의 공식 계좌가 아닌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보안 메신저를 통해서만 실시간 지시를 내리거나 가명 혹은 닉네임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행태는 누가 보더라도 일반적인 고용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법원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지시가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계속했다면 설령 고의가 없었더라도 범죄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수용한 것으로 본다.
두 번째 주요 판단 기준은 '노동의 강도 대비 과도한 수익'이다. 단순한 현금 전달이나 수거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수십만 원 이상의 고액 수당을 지급하거나 이동 거리와 관계없이 파격적인 교통비를 지원하는 경우다. 법원은 경제적 이익이 업무의 난이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면, 피의자가 해당 업무의 불법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간주한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고수익’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데, 법원은 피의자의 연령, 학력, 사회적 경력 등을 고려하여 '이 정도 수준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상함을 감지했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세 번째는 '범행 전후의 행동 양상'이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검거되기 전,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을 품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거나 지인에게 상담한 경우, 혹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복장을 수시로 변경하거나 보안 앱을 사용하는 등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반대로 자신이 수행한 업무가 정당하다고 믿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활동했거나, 회사 측에 업무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한 내역이 있다면 이는 미필적 고의를 부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법원은 피의자가 범행 과정에서 느꼈을 심리적 불안감과 그에 따른 대응 방식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고의의 유무를 확정한다.
법무법인 YK 군산 분사무소 이선우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재판에서 법원은 피의자가 불법성을 구체적으로 몰랐더라도 '혹시나 불법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만으로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사기죄의 책임을 묻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며 "억울하게 연루된 경우라면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당시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서 업무의 위법성을 인지하기 어려웠음을 입증하고 논리적인 법리를 펼쳐 고의성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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