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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20개 친족회사 19년 누락"…정몽규 HDC회장 검찰 고발

HDC 친족회사 20곳 누락 논란…"지분 없는 독립사업" vs "의도적 은폐"
"단순 누락" 해명… 공정위와 입장 차

안재후 CP

2026-03-17 13:38:59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검찰 고발과 동시에 HDC측 입장문 발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친족 기업 20곳을 기업집단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정 회장을 지정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그와 동시에 HDC는 입장문을 발표해 "단순 누락"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누락 사실이 적발될 때까지 상황은 심각했다. 일부 회사는 최장 19년 동안 계열사 지위를 인정받지 않으면서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를 피해 갔다. 누락된 회사 자산 규모만 연간 1조원을 넘었다.

공정위 "20개사 체계적 누락"…HDC "거래 없는 독립회사"
정 회장은 2006년부터 HDC의 동일인으로 지정돼 왔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할 때마다 친족회사 20곳을 빠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동생 일가가 지배하는 8곳, 외삼촌 일가가 지배하는 12곳이었다.
공정위는 누락된 회사들이 대부분 친족이 직접 소유하거나 대표를 맡은 곳이라며, 정 회장이 계열회사의 존재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존재 사실을 모를 수 없는 가까운 친족의 회사를 다수 누락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HDC는 정반대의 입장을 제시했다. HDC에 따르면 누락된 주요 회사들인 SJG세종과 인트란스해운은 정 회장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회사들이다. 1999년 HDC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거래도 없었고 채무보증도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이들 회사는 2025년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친족 독립경영" 인정을 받아 실질적으로 HDC의 지배력 아래 있지 않았음이 당국에서도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1개 거래 1.9억원"…최소한의 연결고리마저 부인
공정위가 제시한 거래 관계도 두 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공정위는 외삼촌 일가 소유의 '쿤스트할레'가 HDC 계열회사와 장기간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적발했다. 이는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였어도 누락된 회사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근거였다.

이에 HDC는 해당 거래가 "유일한 거래"이며 규모도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SJG세종의 계열사인 쿤스트할레와 HDC 계열사인 랩스 사이에 있던 1건의 건물 관리용역계약일 뿐이라는 것이다. 거래 규모도 연 1억 9000만원으로, 랩스 매출액의 0.0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누락하면 제재 받는다"…경고를 무시한 회장?
더욱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목되는 것은 정 회장이 누락의 법적 결과를 명확히 인식했다는 공정위의 주장이다.
공정위의 자료 제출 양식 변경 내용이 알려지자, HDC는 자료 준비 과정을 본격화했다. 지정업무 담당자와 정 회장 비서진은 친족회사 담당자들로부터 친족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계열회사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받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누락이 적발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내용들은 정 회장에게까지 보고됐다. 정 회장은 친족 지분율이 낮은 회사까지 언급하며 친족들을 직접 만나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공정위는 이를 누락 위험을 인식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한 모습으로 해석했다.

그런데도 HDC는 누락 회사에 대한 계열 편입이나 친족 분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약 20곳의 친족회사가 누락된 지정자료가 2024년까지 매해 공정위에 제출됐다.

HDC의 반박: "단순 누락, 의도는 없었다"
HDC는 공정위의 의도성 지적에 강하게 반박했다. HDC 측은 입장문을 통해 "지분 보유나 거래관계 없이 처음부터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온 친족 회사들에 대한 신고 과정에서의 단순 누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HDC는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절차를 개선했다"며 적극적으로 대응 중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후 절차에서도 동일인이 고의로 은폐할 부당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음을 소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HDC는 "준법 경영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2025년 "친족 독립경영" 인정…타이밍 논란
HDC의 주장에서 주목할 점은 SJG세종 등 일부 회사가 2025년에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계열제외 인정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이는 2024년 누락 사실이 적발된 이후의 일이다.

공정위가 나중에 이들 회사를 독립회사로 인정했다면, HDC의 주장처럼 "실제로 지배력이 없었던 것 아닌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처음부터 이렇게 독립적이었다면 왜 5년 이상 누락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와 공정위 이의신청 절차 본격화
앞서 2021년 정 회장과 사촌 관계인 다른 기업집단 총수가 비슷한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공정위는 친족회사 확인을 강화하기 위해 자료 제출 양식을 변경했다.

이번 건은 검찰 수사와 공정위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HDC가 공정위의 고발 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정 회장이 정말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 누락"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기업집단관리과장은 "존재 사실을 모를 수 없는 가까운 친족의 회사를 다수 누락한 것도 모자라 누락회사를 자진신고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강한 입장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분리 이후 형성된 HDC의 계열구조
정 회장이 지배하는 HDC는 1999년 형성됐다. 당시 고 정세영 선대 회장이 현대그룹에서 친족을 중심으로 분리해 만든 기업집단이었다. 2000년부터 공정위의 관리 대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또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꾸준히 지정되어 왔다. 2018년에는 HDC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계열회사 관리의 투명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번 사건은 기업집단의 진정한 의도와 실질적 지배력 판단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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