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3.19(목)

제과·빙과 업계, 내달부터 가격 내린다

정부 물가안정 정책 동참 … 주력 제품 빠져 ‘체면치레’ 비판도

안재후 CP

2026-03-19 1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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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정부가 라면과 식용유에 이어 제과·빙과 시장의 물가 안정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19일 롯데웰푸드, 오리온, SPC삼립, 빙그레 등 제과·빙과 업체 4곳이 총 19개 품목의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하 폭은 최대 13.4%이며 4월 1일 출고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국제 정세 불확실성으로 물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식품업계가 동참하는 사례다. 지난 2월 이후 설탕과 밀가루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서 가공식품 전반에서 가격 인하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4개 업체의 차별화된 인하 전략
각 업체는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따라 다른 제품군을 선택해 가격을 내렸다. 롯데웰푸드는 비스킷, 캔디, 양산빵, 빙과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9개 제품을 평균 4.7% 인하했다. 구체적으로 비스킷의 '엄마손파이' 2종, 캔디의 '청포도 캔디'와 '복숭아 캔디' 3종, 양산빵의 '기린 왕만쥬'와 '기린 한입꿀호떡' 2종, 빙과의 '찰떡우유빙수설'과 '와 소다맛 펜슬' 2종이 대상에 포함됐다.

오리온도 3개 제품을 평균 5.5% 내렸다. '배배', '바이오캔디', '오리온웨하스'를 선정했다. SPC삼립은 '포켓몬 고오스 초코케익'을 포함한 4종의 가격을 인하했다.

빙그레는 가장 공격적인 인하를 단행했다. 8개 제품을 평균 8.2% 인하했으며, 인하율은 6%에서 10% 범위다. 인하 대상은 '링키바', '구슬폴라포 키위&파인애플', '왕실쿠키샌드 피넛버터', '밀키프룻' 2종, '로우슈거데이' 2종, '냠' 등이다.

원가 압박 속 정부 정책 동참의 어려움
업체들은 고환율과 고유가 등 원가 요인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을 내렸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고환율, 고유가 등 원가 요인 상승과 국제 정세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관계자도 "국제 정세 불안과 내수경기 침체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고자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표 제품은 모두 외면한 '선택적 인하'
그러나 이번 가격 인하 조치에는 자체적인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의 베스트셀러 제품들이 줄줄이 인하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월드콘, 스크류바 등을 인하 대상에서 제외했고, 오리온의 가격 인하 품목에도 초코파이, 꼬북칩 등 주력 제품이 포함되지 않았다.

심지어 빙그레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빙그레는 메로나, 비비빅, 투게더 등 주력 제품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링키바, 구슬폴라포 등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제품만 이름을 올렸다. 이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자주 구매하는 제품이 아닌 중저가 상품 위주로 인하 품목을 선정했다는 의미다.

모든 업체가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니다. 롯데웰푸드, 오리온, SPC삼립은 엄마손파이, 배배, 포켓몬빵처럼 인기 있는 제품을 일부 포함시켰다.

경영진의 딜레마를 반영한 결정
기업 입장에서도 대표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매출 비중이 높은 주력 제품의 가격을 내리면 실적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실적 악화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정부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비인기 제품 위주로 인하 품목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인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복되는 '보여주기식 인하'
이런 선택적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에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 등 라면 4사가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으나 신라면이나 진라면, 불닭볶음면 같은 대표 제품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거 사례도 유사했다. 이들 라면기업은 지난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때도 진라면·불닭볶음면 등의 주력 제품은 제외한 바 있다.

본래 국내 빙과 시장은 저출산으로 주 소비층인 유·청소년 인구가 감소하고 다양한 디저트 대체제가 등장한 영향으로 지난 2024년 국내 빙과업계 소매점 매출은 1조4864억원으로 집계되어 10년 전보다 약 28.4% 줄어든 수준이다. 이 속에서 업계가 주력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서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빙과 시장에서의 집중도를 보면 물가 안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4년 국내 빙과 시장에서 빙그레와 롯데웰푸드는 각각 41.8%, 43.9%로 시장 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두 기업이 대표 제품 가격을 유지하면서 비인기 제품만 내렸다는 것은 실제 소비자 체감 물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의 지속적인 물가 안정 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식품업계는 전략적 선택을 계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에 동참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주주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경영 논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의 체감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물가 안정을 이루려면 기업들이 매출 비중이 높은 제품의 가격 조정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의 경영 구조와 시장 상황에서 이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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