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의 주가 부진 배경에는 중동 지정학적 불안정과 같은 외부 리스크와 함께 기업 내부의 구조적 약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 직후인 3월 6일 미국과 이란 간 충돌 등 중동 지정학적 불안정이 코스피 급락으로 이어졌고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동시에 PBR 2배대라는 높은 밸류에이션, 보호예수 해제를 앞둔 전체 물량의 40%에 달하는 오버행(잠재 매물), 그리고 전체 수수료 수익의 30%를 업비트에 의존하는 구조적 리스크들이 투자자 실망감을 증폭시켰다.
시장이 기대했던 '인터넷 금융의 혁신'은 결국 '은행업'이라는 실질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3년 전 카카오뱅크가 겪었던 '고평가 잔혹사'(상장 후 70% 폭락)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상장 과정에서 국내 시중은행(PBR 0.4~0.5배)보다 훨씬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 2.0배 안팎을 정당화하기 위해 해외 피어그룹을 비교군으로 끌어왔다. 일본의 라쿠텐뱅크, 미국의 뱅코프 등을 기준으로 삼았으나, 시장은 케이뱅크를 플랫폼 기업이 아닌 대출 이자에 의존하는 일반 은행으로 간주하면서 '비싼 몸값'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3년 전 상장 당시 유사한 고평가 논란을 겪었다. 2021년 8월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는 기존 금융지주를 압도하는 PBR 7.3배를 인정받으며 '금융 플랫폼'임을 강조했다.
비교기업으로 삼은 브라질의 팍세그루디지털(PBR 8.8배), 러시아의 TSC(8.0배), 스웨덴의 노드넷(7.6배) 등은 모두 국내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곳들이었고, 당시 카카오뱅크의 희망 시가총액은 18조5천억원에 달했다. 공모가는 3만9천원이었으나, 불과 2주 만에 9만2천원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현재 2만원대를 맴돌고 있다. 상장 이후 약 70% 이상 폭락한 셈이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PBR은 1.68배로 급락했으며, 여전히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유사한 궤적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 전문가는 "케이뱅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카카오뱅크 이상의 플랫폼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케이뱅크를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수급 불균형 공포…'오버행' 물량이 주가 짓누르다
케이뱅크의 2대 주주인 우리은행은 상장 당일 케이뱅크 주식 753만6천442주를 주당 8천738원에 매도했다. 우리은행이 보유했던 지분 중 보호예수가 설정되지 않은 1.86% 지분 전부를 현금화했으며, 공모가 8천300원 대비 주당 438원의 차익을 거두며 약 33억원의 이익을 확보했다. 재무적 투자자(FI)인 베인캐피탈 역시 보호예수가 설정되지 않은 주식 일부를 상장 당일 매각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상장 초기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각과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차익 실현에 나선 기관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개인 투자자들만 손실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 역시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12.4%에 불과해,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 전체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비트 의존도'라는 구조적 리스크…불안정한 수익 구조
케이뱅크만의 독특한 리스크 요인도 주목할 점이다. 전체 수신 중 약 1/3에 달하는 '업비트 예치금'이 결정적인 구조적 약점으로 꼽힌다. 수수료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업비트 관련 펌뱅킹에서 발생하며, 전체 수수료 수익의 약 30%가 이에 의존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에 따라 케이뱅크의 은행 기초체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플랫폼으로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케이뱅크의 월간활성이용자MAU) 흐름과 업비트 예치금 규모가 밀접하게 연동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가상자산 시장 불황이 곧 은행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라는 정부 기조 속에서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케이뱅크는 과거 카카오뱅크보다 더 혹독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톡'이라는 확실한 뒷배의 확장성 한계로 꺾였다면,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라는 더욱 변동성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지적된다.
SME 시장 진출 '신의 한 수'…성공 여부 미지수
케이뱅크가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SME) 시장 진출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 완주를 주도한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상장 완료 후 ROE 15%를 목표로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케이뱅크는 상장을 통해 약 10조원 이상의 신규 여신 성장 여력을 확보했으며, 이를 SME 시장 공략에 집중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경기 상황이 최적의 진출 시점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SME 시장 진출이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5년 기준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이 1천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다는 점도 성장성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전문가는 "SME 시장 진출은 분명 장기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초기 손실을 감수하면서 시장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케이뱅크의 상장 이후 주가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혁신'만으론 한계…'냉정한 숫자'를 기다리는 시장
결국 케이뱅크의 주가 하락은 인터넷 은행이 더 이상 '혁신'이라는 이름만으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 이후 겪었던 고통스러운 조정기는 케이뱅크에 분명한 경고가 되고 있다.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압도적인 플랫폼 경쟁력과 안정적인 비이자 수익 구조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케이뱅크 역시 '반짝 상장' 이후 장기 침체에 빠진 선배 인뱅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 속에서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카카오뱅크보다 더욱 혹독한 시험대에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은 이제 케이뱅크가 던진 장밋빛 미래가 아닌, 차가운 숫자로 증명될 '포스트 업비트' 전략을 기다리고 있다. 올 세차례에 걸친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 물량 해제를 앞두고, 케이뱅크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버행 공포를 이겨내고 실적 개선으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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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케이뱅크 유가증권시장 상장기념식에 참석해 타북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40308462902393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케이뱅크 유가증권시장 상장기념식에 참석해 타북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케이뱅크]](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595&simg=202604030846290239307cc35ccc5c112222163195.jpg&nmt=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