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8.18(화)

나주, 현대미술의 길을 만들다...금보성비엔날레가 만든 ‘장소성’

이성수 CP

2026-08-18 09:27:52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금보성비엔날레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장장 5개월간 이어지는 긴 호흡의 전시라는 점이다. 며칠간 집중적으로 열리고 막을 내리는 아트페어와 달리, 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장기간에 걸쳐 경험하고 다시 찾아와 볼 수 있는 시간적 구조를 갖는다.

국내에는 대형 아트페어와 호텔아트페어, 화랑미술제, 프리즈 서울 등 수많은 미술행사가 열린다. 이들 행사가 미술시장과 컬렉터를 중심으로 짧은 기간에 관람객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라면, 금보성비엔날레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서울이 아닌 나주의 작은 농촌마을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5개월 동안 관람의 흐름을 지속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나주까지 오는가’라는 질문이다.

송림아트센터에는 금보성 작가의 길이 27미터, 높이 5.5미터에 이르는 대형 한글 작품이 펼쳐져 있다. 관람객은 작품을 단순히 벽에 걸린 회화처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한글의 색과 선, 획과 공간 앞에 자신의 몸을 세우게 된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들이 경험하는 것은 크기에서 오는 압도감만이 아니다. 익숙하게 읽어왔던 한글이 전혀 다른 시각언어로 나타나는 순간의 낯섦과 경이로움이다.

“평생 한 번은 꼭 다녀가야 할 전시.”

금보성비엔날레가 이러한 전시로 기억되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디에서나 반복해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니라, 나주라는 장소와 한글 작품, 농협창고를 개조한 송림아트센터의 공간성이 결합해 하나의 경험을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술기관의 명작을 소개하는 대형 전시는 다른 도시와 다른 미술관에서도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금보성비엔날레의 한글 작품은 이야기가 다르다.

27미터의 작품과 송림아트센터의 공간, 송림마을의 풍경, 그리고 나주에서 진행되는 5개월의 개인 비엔날레는 서로 분리하기 어렵다. 작품을 보는 것과 나주를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예술 경험으로 결합된다.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바로 이것이 ‘장소성’이다.

그 작품을 보기 위해 나주에 가야 한다. 그 공간에 서야 작품의 크기를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송림마을에 와야 금보성비엔날레의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장소성은 지역문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인 작품을 지역으로 가져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문화전략은 ‘그 지역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금보성비엔날레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 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지역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과 전국에서 사람들이 나주로 내려오고 해외 관람객까지 작은 송림마을을 찾는다. 이는 기존의 ‘지역에서 중심으로 이동하는 문화’에서 ‘중심에서 지역으로 찾아오는 문화’로 방향을 바꾸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보성비엔날레의 성과를 다른 아트페어나 대형 미술전과 단순히 관람객 숫자로만 경쟁시킬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기록은 한 작가의 5개월 전시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서울이 아닌 나주로 이동시켰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주라는 도시를 얼마나 널리 알렸는가에 있다.

프리즈와 화랑미술제 같은 대형 행사가 미술시장의 힘을 보여준다면, 금보성비엔날레는 작품 하나가 가진 문화적 이동의 힘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작품을 서울에서 보는 것과,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글 회화를 보기 위해 나주의 작은 송림마을을 찾아가는 것은 서로 다른 경험이다.

전자는 세계의 미술을 한국으로 불러오는 일이라면, 후자는 나주의 문화를 세계가 찾아오게 만드는 일이다.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사진=송림아트센터 제공

금보성비엔날레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기록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세계적인 작품을 지역에 가져오는 것도 문화이지만, 세계인이 보기 위해 지역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작품을 갖는 것은 더 강력한 문화자산이다.

27미터의 한글 앞에서 사람들이 멈춰 서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SNS를 통해 세계로 전달한다. 그 순간 작품만 확산되는 것이 아니다. 송림아트센터가 알려지고, 송림마을이 알려지고, 결국 ‘나주’라는 이름이 함께 세계로 이동한다.

그래서 금보성비엔날레의 장소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나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한글. 송림마을에 와야 경험할 수 있는 작품. 그리고 5개월 동안 한 도시를 문화의 목적지로 만드는 비엔날레.

이것이 금보성비엔날레가 지역문화의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가는 이유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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