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이 아닌 혁신을 택했다"
정의선 회장은 GV90 월드 프리미어에서 이 모델을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미래 럭셔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과 디자인, 고객 경험 전반에 걸친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더 큰 자유를 제공하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는 "진정한 럭셔리는 사람을 더 자유롭게 하는 데서 시작되며, 아름다움은 그 자유를 완성한다"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와 품격 있는 경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보이는 행보와 정반대다.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내연기관 중심으로 레거시를 이어가며 전동화 전환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는 반면, 제네시스는 럭셔리의 정의를 새로 쓰기 위해 '안정'이 아닌 '혁신'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직후인 2015년 12월 플래그십 대형세단 EQ900(후에 G90으로 차명 변경)을 국내 출시했고, 2016년에는 G80, 2017년에는 콤팩트 스포츠 세단 G70을 잇따라 선보이며 럭셔리 세단 시장을 공략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1월에 럭셔리 플래그십 SUV GV80을 공개해 럭셔리 영역을 세단에서 SUV까지 확장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중형 세그먼트 GV70을 공개했다. 2021년 9월에는 브랜드 최초 전용 전기차 모델이자 준 중형 SUV인 GV60을 출시했다.
그 사이 G80과 GV70의 전동화 파생모델을 활용한 라인업 확장과 다양한 콘셉트카를 선보여왔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의 신차를 공개한 것은 무려 5년 만이다. GV60 출시 이후 제네시스가 얼마나 신중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최초 기술로 무장한 GV90
GV90이 보유한 혁신 기술들은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 루프 에어백, 회전형 변속 레버, 테일게이트 전동커튼 등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들이 그것이다.
특히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코치도어는 개발 단계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새로운 구조 요소가 적용되면서 강성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개발진은 기본 차체 구조의 강성부터 실차 내구, 무빙 시스템 작동 내구까지 전방위 검증을 진행해야 했다. 플래그십 전기 SUV에 걸맞은 정숙성, 승차감, 주행 품질을 구현하면서도 대형 차체의 구조 강건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했던 결과다.

달항아리에서 영감받은, 절제의 미학
GV90의 디자인 철학은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에서 출발한다. 달항아리 특유의 비례와 곡선의 조화, 여백의 미, 장인정신이 담긴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첨단 기술력을 담아낸 것이다. 이는 절제미를 강조하며 플래그십 모델만의 고급스럽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시간이 흘러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조선시대 백자의 특성이 GV90에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혁신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데뷔
제네시스가 GV90의 첫 무대로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한 것도 의도된 선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혁신의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신차 판매량의 약 3분의 1이 전기차일 만큼 미국 내에서도 전동화 전환이 가장 빠르고 활발하게 전개 중인 지역이다.
발표 행사가 열린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는 1915년 파나마-퍼시픽 박람회를 위해 처음 지어진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한 차원 높은 럭셔리 친환경차를 만들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브랜드 방향성이 이 도시의 정체성과 맞닿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반세기를 향한 제네시스의 다짐
제네시스 관계자는 "2015년 브랜드 독립을 발표하며 선언했던 새로운 반세기를 열겠다는 약속을 앞으로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전과 혁신으로 빚어진 GV90을 통해 제네시스만의 새로운 럭셔리 지평을 계속 넓혀나간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이다.
정의선 회장이 10년 전 제시한 비전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가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는 다짐이었고, GV90은 그 다짐의 현실적 증거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보여줄 혁신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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