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근 변호사
이때 많은 임차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짐을 완전히 비워주는 실수를 범한다.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성패는 이사 당일 임차인이 얼마나 전략적으로 ‘점유의 끈'을 놓지 않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실무적인 대응 여하에 따라 임차인은 여전히 강력한 유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임차인이 이사를 가더라도 비밀번호를 임대인에게 알려주지 않거나, 가구 일부 또는 소형 가전 등 사회 통념상 점유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만한 물건을 남겨두는 것은 매우 유효한 방어 전략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점유는 반드시 직접 거주를 의미하지 않으며 임차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항력은 보존된다.
특히 보증금반환청구소송 절차에서 임대인이 "이미 이사를 나갔으니 보증금 반환 의무와 점유 인도의 동시이행 관계가 깨졌다"고 주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러한 조치는 필수적이다. 임차인은 "보증금 전액 입금 확인과 동시에 비밀번호를 전송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함으로써, 자신은 이행의 준비가 되었으나 임대인이 돈을 주지 않아 점유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행 지체'의 명분을 완벽히 구축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부재를 틈타 번호키를 무단으로 교체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려 시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민사상 점유 침탈일 뿐만 아니라 형사상 주거침입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임차인은 현관문에 '본 주택은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해 임차인이 정당하게 점유 및 유치권을 행사 중인 장소임'을 명시한 안내문을 부착함으로써 법적 경고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한편, 점유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경매 등 최악의 상황에서 완벽한 대응이 어렵기에 반드시 법원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하여 등기부등본에 자신의 권리를 박제해야 한다. 임차권등기가 경료되면 비밀번호를 넘겨주고 완전히 퇴거하더라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영구적으로 유지된다. 무엇보다 등기명령 이후의 퇴거는 임차인이 자신의 의무, 즉 목적물 인도를 다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어, 임대인에게 연 12%의 고율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법리적 근거가 된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수도권재건축조합 자문 및 인천항만공사 자산처분위원 경력을 가진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 변호사는 “민사 소송은 결국 '누가 더 철저하게 준비했는가'의 싸움이다. 당장 이사를 나가야 한다면, 모든 짐을 빼지 말고 반드시 상징적인 점유물을 남겨두어야 한다. 또한 이와 동시에 임차권등기명령을 병행하여 등기부상에 점유의 효력을 공식화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라고 조언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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