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2.06(금)

[사건의 재구성] '꿈의 주사' 인보사 사태의 전말

“고의 인정 안돼” 코오롱 2심도 무죄 … 신뢰회복은 지금부터

안재후 CP

2026-02-06 13:49:34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관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29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조작 관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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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안재후 CP] 2심 법정에서 울려 퍼진 무죄 선고
2026년 2월 5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법정은 조용했다. 백강진 부장판사가 선고 이유를 낭독하고, 1심과 동일하게 2심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기소된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권순욱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장, 양윤철 코오롱생명과학 전 전무 모두 무죄로 판정되었다.

그러나 이 무죄 판결은 사건을 마무리짓는 법정의 최종 판결이 아니었다. 그 앞에는 의약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성분 조작' 논란과,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의 꿈이 어떻게 '사태'로 불리게 되었는지의 전말이 있었다.

혁신의 출발 –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의 탄생
"골관절염의 새로운 치료법이 여기 있습니다."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을 받던 당시만 해도, 이것은 희망의 신호였다. 인보사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였다. 골관절염으로 고통받는 노인 환자들의 연골 세포를 채취해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로 배양하고, 이를 관절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의 혁신적인 치료법이었다.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 그리고 같은 해 11월 국내 판매 시작. 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이 '꿈의 주사'는 수천 명의 환자들에게 투여되었다. 의약계와 바이오 업계는 열광했다. 코오롱티슈진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이 기대감은 주가로까지 치솟았다. '한국 바이오의 첫 성공 사례', 'K-바이오 신화'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기대에 빛나던 상장, 그리고 예상 밖의 진실
그렇게 기대만 한껏 부풀어 오르던 2019년 3월,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던 코오롱티슈진에게 예상 밖의 문제가 터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질문이 날아온 것이다. 현재 사용 중인 형질전환 세포의 기원이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의문 제기였다.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인보사의 2액을 만드는 데 사용된 세포가 식약처 허가 당시 제출했던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 유발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장유래세포(GP2-293)'였던 것이다.

허가 신청 시점과 실제 사용된 세포가 다르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의약품의 '성분 조작' 혐의로까지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투자자들과 환자들이 믿고 있던 그 '꿈의 주사'는 실제로는 식약처 허가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제품이었던 것이다.

급락과 추적 조사 – 신뢰의 붕괴
2019년 7월, 식약처는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2년여간 의약사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처럼 보였던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는 불과 1년 8개월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고, 이미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집단소송이 잇따랐고,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은 환자들의 장기추적조사에 착수했다.

신뢰는 한 순간에 붕괴했다. 일어난 일이 단순한 기술 실수인지, 의도적인 성분 조작인지 하는 의문은 언론과 업계를 점유했다. 자본시장과 환자 안전을 모두 흔들어놓은 이 사건은 곧 '인보사 사태'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웅열 명예회장과 경영진들이 있었다.

법정의 도마에 오르다 – 검찰의 'A 혐의'
2020년 7월, 검찰이 칼을 빼 들었다. 검찰의 주요 혐의는 간단했다. 이웅열 명예회장과 임원들이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인보사를 허가받은 성분과 다른 성분으로 제조·판매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었다. 적용된 법조는 약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사기 등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입증해야 했던 핵심은 '의도'였다. 경영진들이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 판매했는가 하는 점이었다. 혹은 FDA로부터 받은 임상중단명령(CH)을 의도적으로 숨긴 채 상장을 추진했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1심 판단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명예회장 등이 세포의 기원 착오를 인식한 시점이 제조·판매가 시작된 2017년 11월이 아니라, 미국 임상시험 중 문제가 드러난 2019년 3월 이후였다고 보았다. 따라서 2017년부터 2019년 3월까지의 제조·판매는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양심의 경계 – 2심도 유지한 원심 판단
2026년 2월 5일의 2심 판결도 같은 선 위에 있었다. 재판부는 "인보사 2액 세포의 기원 착오를 인식하고도 그 기재를 누락했다는 부분에 관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했다. 이어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인식 시점을 제조·판매보다 늦은 2019년 3월경 이후로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단순한 법리적 판단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FDA의 임상중단명령(CH)이 실제로는 '중단'이라기보다는 품질관리를 위한 '보완명령'에 가깝다는 점도 명시했다. 또한 일본의 미츠비시타나베와 코스닥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등에 이 사실이 공유되었다는 점도 무죄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분명히 한 말도 있었다. "여러 회사 외부 관계자들의 의사결정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행위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는 표현이었다. 즉, 도덕적 비판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형사 책임 너머 – 여전히 진행 중인 질문들
"무죄 판결이 곧 잘못이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웅열 명예회장과 임원진의 무죄 판결로, 인보사 사태의 형사적 책임은 종료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는 사건의 마무리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책임 문제를 남겨두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이미 식약처가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했고, 그 결정은 취소되지 않았다. 또한 이미 투여받은 수천 명의 환자들은 여전히 장기 추적조사 대상이며, 그들이 입은 정신적·신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실제로 주주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기각되거나 주주 패소로 판정되었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더 광범위한 차원에서 보면, 이 사건은 '제2의 황우석 사태'로까지 불리며 한국 바이오 업계 전체의 신뢰를 훼손했다. 첨단 바이오 의약품, 특히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차세대 의약품의 개발과 관련하여 규제 감시 체계를 얼마나 강화할 것인가 하는 정책적 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침묵 속의 재출발
코오롱그룹은 형사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인보사는 현재 미국에서 'TG-C'라는 명칭으로 임상이 재개되었으며, FDA는 2020년 이미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무죄 판결도, 미국에서의 신약 허가 추진도,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될 의료계와 환자들의 신뢰 회복은 별개의 문제다. 법원이 판단한 '법적 책임'과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책임'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세계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라는 영광의 순간에서, 성분 조작 의혹의 어두운 터널을 거쳐, 법정의 무죄 판결에 이르기까지. '꿈의 주사' 인보사의 여정은 한국 바이오 산업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성찰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형사 책임은 끝났을지 모르지만, 신뢰의 회복은 이제 시작된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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