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 음식점 밀집거리. (사진=연합뉴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결정을 놓고 소상공인들이 터뜨린 이 한마디가 현재 배달앱 정책의 딜레마를 온전히 담아낸다. 공정위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면서 현장에서는 즉시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3000억원 상생안, 결국 무산
공정위는 이날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과 쿠팡이츠가 신청한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 등 관련 동의의결 절차 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위법 혐의를 인정하고 자진 시정방안을 제출하면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배민은 3년간 총 3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을, 쿠팡이츠는 600억원 규모의 지원안을 각각 제시했다. 배민의 안에는 수수료 부담 완화와 배달비 지원, 쿠폰비 지원 등이 포함됐고, 쿠팡이츠는 수수료와 배달비 지원, 상생협력기금 등을 담았다. 이들 업주 단체들은 이같은 방안이 장기화될 심의 절차와 별개로 현장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지지 입장을 표했었다.
현장과 정책의 엇갈린 방향
공정위의 기각 결정에 대해 시민사회와 소상공인 단체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들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조사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동의의결을 추진했다며, 기업의 불공정 행위가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 배달앱 관련 5개 단체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우리가 배달플랫폼에 면죄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들의 불공정 행위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 골목상권은 단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연쇄 폐업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금 폐업, 수년 뒤 과징금
소상공인들의 핵심 주장은 현실과 정책 사이의 시간 격차였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배민의 상생안은 점주 부담 완화와 배달비 지원 등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내용이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이 실행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도 "현장의 소상공인들에게는 제재 여부 못지않게 신속한 지원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5개 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최소 2~3년, 길게는 5년 이상 소요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대기업들의 공정위 소송 선례를 봤을 때 장기간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단체는 "플랫폼이 막강한 대형 로펌을 앞세워 재판을 끌며 법적 공방을 벌이는 동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고사해 나갈 주체는 결국 현장의 소상공인들"이라며 "수년 뒤 공정위가 승소하여 수백억의 과징금을 거둔 들, 이미 문을 닫고 길거리로 나앉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절박함을 드러냈다.
심의와 지원, 분리해야 한다
소상공인 5개 단체는 "우리 소상공인 단체 일동은 지금이라도 공정위가 배달앱플랫폼 동의의결에 대한 재심의를 강력히 촉구하며, 플랫폼과 민간 차원의 자율상생 테이블을 구성하고 우리 스스로 공존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법적 결정과는 별개로, 정부와 플랫폼, 업주 단체가 참여하는 실질적 지원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는 계산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판단이 향후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의 규제 기조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과징금 부과와 규제 압박이 이어질 경우 플랫폼 기업들의 기술 인프라나 마케팅 투자가 위축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라이더 수익 감소나 광고비 전가 등 또 다른 형태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불공정 행위 근절과 자영업자 생존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향후 정책의 과제로 남았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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