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다년간 협력의 결실, 계약 체결
두산에너빌리티는 14일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용 핵심 기자재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 나트륨 원자로의 원자로 보호용기와 원자로 지지구조물, 원자로 내부구조물을 직접 제작하게 된다. 이들은 케머러에 건설 중인 테라파워 1호기에 직접 들어가는 안전·구조의 핵심 기자재로, 향후 추가 건설될 테라파워 플랜트의 레퍼런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계약은 오랜 협력의 결실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24년 12월 테라파워 첫 SMR(1호기)의 핵심 기자재에 대한 제작성 검토 계약을 먼저 맺었다. 그 이후 설계 개선 작업을 지속하면서 테라파워와 협력 기반을 단단히 다져왔다. 테라파워의 원자로 기술 및 안전성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첨단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형태로 강력한 협력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사장은 "이번 제작 계약은 테라파워와 다년간 쌓아온 긴밀한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됐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한편 SMR 제조 역량을 지속해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 기업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지원, 올해 봄 착공 시작
테라파워가 건설 중인 첫 원자력 발전소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 위치한다. 345MW 규모의 첨단 원자로가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상업 규모 건설 단계에 진입한 최초의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 중 하나다. 그만큼 첨단 원자로 기술의 상용화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테라파워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봄 착공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의 첨단 원전 확대 정책 지원도 받고 있어 사업 추진력이 탄탄한 상태다.
차세대 원전의 핵심, 나트륨 냉각 고속로(SFR) 기술
테라파워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해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달하는 4세대 원자로인 나트륨 냉각 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경수로와 달리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고, 감속재 없이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테라파워의 SMR은 용융염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결합돼 발전 출력을 500MW까지 높일 수 있다. 용융염은 열에 녹아 액체 상태가 된 소금 및 화학 염류를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참여 확대
빌 게이츠가 방한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테라파워 프로젝트 참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에 원자로 보호용기·지지구조물·내부구조물을 직접 제작하며,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나트륨 원자로 핵심 설비인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1월 테라파워 지분 4천만 달러(약 600억원)를 인수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SK그룹 역시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 지원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HD현대·KHNP·SK 등 국내 기업들이 각자 다른 영역에서 테라파워와 협력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SMR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빌 게이츠의 방한 일정, AI·원전 논의 본격화
빌 게이츠는 이번 방한을 통해 국내 정계와 재계 주요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한성숙 국무총리와의 회동을 시작으로, 조정식 국회의장과 비공개 면담을 추진 중이다. AI 투자와 기후 변화 대응을 동시에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는 스위스 다보스포럼 이후 약 7개월 만에 만나 SMR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영진과의 접촉도 예상되고 있다. 테라파워의 주요 주주인 SK그룹은 이번 방한 일정과 의제, 배석자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차세대 원전 공급망 리더십 확보
이번 두산에너빌리티의 계약 체결은 테라파워가 미국에서 차세대 원전 사업의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이후 처음 맺는 구조적 부품 제조 계약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두산의 핵심 기자재 제작, HD현대의 원자로 인클로저, KHNP의 지분 투자, SK의 경영 참여 등 한국 기업들이 공급망의 서로 다른 영역에서 테라파워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향후 테라파워가 추가로 건설할 플랜트들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빌 게이츠가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온 것은 단순한 방문을 넘어, 한국이 차세대 에너지 기술의 글로벌 선도국으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신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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