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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현대차 노조 … “순이익 30% 성과급 달라”

작년 기준 3조원 규모 … 협력업체 직원까지 확대 요구

안재후 CP

2026-04-20 11:05:41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국내 주요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실적 호조를 무기로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보상 전쟁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조가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SK하이닉스(10%), 삼성전자(15%)에 비교 요구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주주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 상한선 없는 성과급 투쟁 선언
현대차 노조는 지난 16일 올해 임금 협상 요구안을 공식 확정했다. 요구 사항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의 방침을 반영해 다층적으로 구성됐다. 월 기본급 14만9600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은 물론 작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 조건 보장,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을 현행 750%에서 800%로 인상,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 연장(최장 65세), 신규 인원 충원 등을 담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과 배분 범위를 조합원을 넘어 협력업체까지 확대하겠다는 요구다.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정규직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명시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10조3648억 원이다. 노조 요구를 단순 계산하면 성과급 규모는 3조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현대차가 지난해 투입한 연구개발 비용(5조5275억 원)에 준하는 거액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현대차 노조의 요구는 과감하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올해 약 20조 원 규모의 보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해 약 40조5000억 원 수준의 성과급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30% 요구는 순이익 기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공격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노사 합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기존의 '기본급 1000%'였던 상한선까지 폐지했다. 올해 영업이익 200조 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약 20조 원이 성과급으로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임직원 3만5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7억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더욱 적극적이다. 올해 들어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상한선 없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 중이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올해 영업이익(298조 원)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회사는 약 44조7000억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초기에는 20%를 요구했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15%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하락 땐 경영 발목 잡을 수도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과급이 경영 실적과 연동되는 유연한 제도인 것은 맞지만, 한번 기준이 높아지면 낮추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종은 사이클이 빠르고, 자동차 산업은 미국 관세 부과, 글로벌 수요 둔화,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등 변수가 많다. 이 때문에 현재의 호실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더욱 문제는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연구개발, 설비투자, 해외 생산기지 확충에 투입할 자금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 요구를 반영하면 3조 원대의 자금이 성과급으로 빠져나가는데, 이는 미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 여력을 심각하게 축소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요구 규모(40조5000억 원대)는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37조7404억 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다음 경기 국면에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업계 우려는 현실적 기반이 있다.

주주 불만 고조, 흔들리는 자본배분 원칙
노조의 성과급 투쟁이 노사 관계를 넘어 기업 자본 배분 원칙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11조1000억 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400만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보다 수 배 큰 규모의 재원을 노조 성과급에 활용한다는 것이 주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자자인 주주는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자본을 제공하는 측인데, 경기 호황 시점에만 조합원들이 대규모 보상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비판이다.

현대차도 고배당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주주 이익과 근로자 성과급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 근로자에게 이익을 배분할 수는 있으나 이 과정에서 투자자인 주주 이익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경기 위험 변수 등을 감안해 투자에 나서는 사람의 이익을 해치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노사, 합의점 찾기 어려워 보여
노조는 "실적이 좋을 때 조합원에게도 즉시 성과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실적이 난 만큼 그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반면 기업과 투자업계는 "실적 변동성과 중장기 투자 여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황기에만 대규모 배분을 하게 되면, 경기 약세기에 기업의 자금 압박이 심해지고 결국 구조조정이나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차 노조의 3조 원 성과급 요구는 이 같은 노사 간 입장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낸다. 올 임금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와 노조가 어떤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그 결과는 한국 대기업의 노사관계와 자본 배분 원칙에 대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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