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경기도 이천의 LG인화원에서 열린 2026 LG어워즈에서 고객가치 혁신에 대한 이 같은 신념을 거듭 강조했다. 고객심사단이 남긴 "LG는 생활 그 자체"라는 표현 속에 LG의 존재 이유가 모두 담겨 있다는 그의 말에는,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의지가 드러났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LG어워즈는 한 해 동안 고객가치 혁신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낸 사례를 발굴해 시상하는 행사다. 2019년 이후 누적 4700여 명의 수상자와 583개 과제를 배출했으며, 이번 행사에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고객심사단, 수상자 등 550여 명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매년 현장에 직접 나가 혁신 사례를 챙기며 조직의 도전정신을 북돋아왔다.
차별적 가치로 세계 시장 사로잡은 네 가지 기술
올해 LG어워즈에서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차별적 고객가치로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경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낸 사례가 집중 조명받았다. 전 계열사 217개 출품 과제 중 고객과 구성원, 전문가 심사를 거쳐 총 91개 과제가 선정됐고, 이 중 고객감동대상 4개, 고객만족상 33개, 고객공감상 54개가 결정됐다. 730명의 수상자가 이름을 올렸다.
구광모 회장이 직접 시상한 고객감동대상 4개 과제는 모두 AI·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에서 조 단위 수주, 공정 혁신, 원가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어진 실질적 사업 성과를 거둔 것들이다.
세계 최초 하이니켈 양극재의 돌파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2팀의 '세계 최초 입자경계 코팅 95%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이 첫 번째 대상이다. 배터리 업계의 오랜 과제는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에너지 밀도가 커지지만, 동시에 구조적 불안정성도 증가한다는 모순이었다. 전기차 고객사들이 공통으로 겪는 난제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 내부 미세 입자 경계면마다 코팅을 입히는 혁신 기술을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전해액 침투 현상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30% 늘리면서도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개선했고, 글로벌 전기차 고객사로부터 수조 원 규모의 수주를 확보했다. 특허 기반의 기술 우위는 경쟁사 대비 3년 이상이다.
자율주행차 시대 연결성의 혁신
LG전자 VS사업본부의 '피지컬 AI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스마트 안테나 5G 텔레매틱스 모듈'도 두 번째 고객감동대상을 수상했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같은 피지컬 AI 모빌리티에는 외부 신호를 포착하는 안테나와 이를 차량과 연결하는 고성능 통신장치가 필수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복잡한 통신 방식 때문에 차량 외부에 여러 개의 안테나를 설치해야 했고, 이로 인해 설계 부담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텔레매틱스와 안테나를 하나로 통합한 모듈을 상용화해 이 문제를 풀었다. 특허받은 접지 기술로 12개 안테나를 집적한 모듈을 구현하면서도 외부 안테나를 완전히 없앴다. 다양한 통신 방식과 차종에도 대응한다. 조 단위 수주로 이어졌고, 경쟁사 대비 3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확보했다.
스마트팩토리의 지능형 진화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스마트 팩토리' 구현 과제는 2년 연속 스마트팩토리 부문 고객감동대상을 수상했다. 전기차 고객사의 핵심 과제인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전환(AX) 기술을 적용했다. 설비 콘셉트와 구동부 설계를 사전 검증하고, 배터리 조립 라인의 고속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설비 투자 효율을 기존 대비 2배 수준으로 높였고, 다양한 배터리 셀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전기차 고객사의 수주 기반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경 너머 확산되는 혁신의 가치
이번 시상식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해외에서 벌어지는 혁신 사례도 회장이 직접 인정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의 미국 항암사업 자회사 아베오(AVEO)의 페니 버틀러 시니어 디렉터는 고객감동대상 개인 부문 최초의 해외 수상자로 선정됐다. 팀 단위 수상에 해외 현지 임직원이 포함된 사례는 있었지만, 개인 자격으로 시상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이는 구광모 회장이 글로벌 수준의 고객가치 혁신을 어디서든 찾아내고 격려한다는 신호다.
버틀러 디렉터의 성과는 경영 효율성과 인도주의를 결합한 사례다. 미국에서는 말기 암 환자가 치료 보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버틀러 디렉터는 부서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보험 제도와 사례를 분석하고 환자별 맞춤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기존 4주가 걸리던 보험 재승인 절차를 1주일로 단축했다.
그 결과 말기 암 환자들의 생명 위협과 불안,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연매출과 월평균 처방 수량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했다. 기술을 넘어 인간의 삶을 바꾸는 혁신을 구광모 회장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고객을 위한 집중, LG의 미래 전략
구광모 회장은 시상식에서 "고객의 더 나은 삶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한다면, 고객들에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격려사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나침반을 재정의하는 메시지다.
올해 LG어워즈가 주목한 것은 기술의 우수성보다, 그 기술이 고객의 실제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였다. 배터리 성능 수치가 아니라 전기차 주행거리 30% 증가, 안테나 개수가 아니라 차량 설계 비용 절감, 처방 승인 절차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 구조다.
구광모 회장이 8년간 LG어워즈에 매년 참석하며 직접 현장을 챙기는 이유도 여기 있다.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조직으로 LG를 진화시키려는 회장의 의지가 담긴 행동이다. 이것이 LG가 말하는 "생활 그 자체"가 되는 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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