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왼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중국과 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 베트남과 글로벌 사우스의 성장 거점 인도를 동시에 공략하는 '투마켓 전략'이 펼쳐지는 것이다.
3개월 만의 재구성…초대형 경제사절단 라인업 완성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순방을 위해 총 200명 안팎의 경제사절단을 구성했다. 대한상의가 베트남, 한경협이 인도 일정을 각각 담당하며 비즈니스포럼을 비롯한 현지 정·재계와의 행사, 업무협약 체결 등을 주관한다.
이는 지난 1월 중국 방문 이후 3개월 만에 주요 그룹 총수들의 해외 경제사절단이 재구성되는 것이다. 당시 중국 방문에도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 200여 명이 참여했으나, 이번 경제사절단은 베트남과 인도라는 두 개의 핵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만큼 전략적 의미가 더욱 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베트남 사절단을 이끌며,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여한다. 베트남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동행한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주도하는 인도 경제사절단에도 4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합류하며, 인도에서 게임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한국 기업 최대 투자국…1만 개 기업 활동 거점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1992년 수교 당시 5억 달러(약 6,958억원)였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945억 달러(약 140조원)로 33년 만에 189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약 1만 개의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서 활동 중이며, 한국은 누적 기준 925억 달러를 투자한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다.
이번 순방은 이달 초 베트남 신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 기업들의 첫 본격적인 경제 협력 제안이 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R&D·생산 확대 전략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나선다. 이재용 회장은 현지에 운영 중인 대규모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 반도체 생산 거점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AI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과 현지 생산 시설 증설 계획이 핵심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에너지·자원 개발 공략
이번 순방에서 최태원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해상풍력 프로젝트 가속화, 자원순환 분야의 신규 협력 방안을 현지 정·재계와 논의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아세안 시장 확대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세안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베트남을 주목한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아세안 지역 투자 확대 방안을 구체화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현대차는 현지 고객 수요에 맞는 전기차 모델 개발과 충전 인프라 구축 방안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디스플레이·에너지 솔루션 강화
LG그룹은 전자 및 부품사들이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해 현지 생산 거점을 강화 중이다. 구광모 회장은 디스플레이와 에너지 솔루션 사업의 베트남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며, 가전 생산 거점의 현지화 확대도 주요 아젠다다.
효성그룹, 화학·인프라 사업 강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베트남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화학·건설 분야의 협력 확대를 추진한다. 효성은 베트남에 SPandex(스판덱스)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이번 순방을 통해 인프라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 신임 정부와의 첫 정식 협력
23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한·베트남 비즈니스포럼은 경제사절단 기업들의 현지 투자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된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 총수들은 현지 주요 지도자들과 만나 직접 사업 협력을 논의하며, 업무협약 체결과 신규 투자 계획 발표가 예상된다.
인도: 14억 인구 거대 소비시장…7% 성장률 신흥 거점
4대 그룹과 주요 기업들은 인도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 인도는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7%에 달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선도국이자, 14억 인구의 거대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지 생산 거점 강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지역에 생산 거점을 두고 현지 공략을 강화 중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지난해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했다. 현대차도 인도법인을 상장하며 현지 시장 확대에 전략적 중점을 두고 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주도하는 인도 경제사절단은 AI, 에너지, 금융 등 미래 전략 산업에서의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2030년까지 양국 교역액 500억 달러 달성이라는 한·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의 개선 협상과 연계해, 구체적인 사업 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크래프톤, 게임 시장 확대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인도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현지 게임 시장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등으로 인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순방을 통해 현지 개발 거점 확대와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다각화와 신시장 개척의 전략적 의미
이번 4대 그룹 총수들의 인도·베트남 경제사절단 순방은 한국 기업들의 공급망 다각화와 신성장 시장 개척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중동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SK그룹의 석유 탐사와 태양광·해상풍력 사업, 현대차의 수소 협력, 삼성의 반도체 공급망 확대는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베트남의 '공정한 공급망(Trusted Supply Chain)' 지위와 인도의 '글로벌 사우스 리더' 역할은 미·중 갈등 시대의 경제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적 자산이 된다.
4대 그룹 총수들이 직접 현장에 나서 벌이는 이번 순방은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신흥 시장 선점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실용 외교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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