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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만 95세 피의자 구속, 법은 어디까지 엄정해도 되는가

김동현 CP

2026-07-21 21:29:23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영남노회장 김건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영남노회장 김건 목사

[글로벌에픽 김동현 CP]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남기신 이 말씀은 신앙인의 삶을 관통하는 계명이다. 종교의 본질은 사람을 살리는 데 있으며, 하나님의 공의 또한 처벌만을 위한 정의가 아니라 진실과 사랑, 인간의 존엄을 함께 세우는 정의라고 믿는다.

나는 목회자로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전하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 왔다. 또한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에게서 전쟁의 참상을 듣고 자랐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들이 노년에도 그 헌신에 걸맞은 존중과 예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늘 고민해 왔다.

그런 삶의 경험과 신앙적 가치관에서, 최근 진행된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바라보며 깊은 질문을 갖게 된다. 그는 1931년생으로 올해 만 95세의 초고령자다. 6·25전쟁에 참전해 국가를 위해 싸웠고, 이후 수십 년 동안 종교 지도자로서 공동체를 이끌어 왔다.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에서 민간 평화협정을 중재하며 오랜 분쟁의 종식과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평화 활동도 잘 알려져 있다.
물론 한 사람이 살아온 삶과 사회적 기여가 현재 제기된 혐의를 없애거나 법적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혐의가 있다면 누구든 법과 증거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 받아야 한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엄정함이 인간의 존엄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형사 절차에서 구속은 예외적 수단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과 신체의 자유를 원칙으로 삼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에만 신체 자유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자에 대한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도주·증거인멸 가능성과 함께 신체적·정신적 상태,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지킬 최소한의 배려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믿는다. 만 95세의 초고령자에게 구속이 가하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흔적을 남긴다. 종교인은 말보다 삶으로 자신의 신앙을 증명한다.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어떤 가치를 실천해 왔는지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만희 총회장이 오랜 세월 평화를 말하고 화합을 실천하며 생명의 가치를 전해 왔다는 사실이 현재 제기된 사안을 덮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평생 걸어온 길과 사회적 기여를 함께 살펴보는 태도는, 최소한 어떠한 형사 절차와 처우를 택할 것인지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종교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특정 종교에 대한 호오(好惡)와 사회적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종교와 종교인이 법 앞에서 다른 기준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의 자유는 특정 종교를 위한 특혜가 아닌,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한 기본권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미국을 다시 하나님께’, ‘미국을 다시 거룩하게’와 같은 구호 아래 신앙의 공적 역할을 다시 강조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보수 기독교 세력과 정치권력의 결합을 둘러싸고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종교가 국가 권력을 등에 업어 특혜를 누리거나, 반대로 정치적 이유로 특정 종교가 과도한 비난과 규제의 대상이 되는 모습은 모두 법치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를 우리에게 던진다.

한국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신천지에 대한 비판 여론과는 별개로, 형사 절차에서는 동일한 법적 기준과 인권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법은 여론의 호오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며, 특히 종교와 관련된 사안일수록 더욱 냉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목회자인 내가 주장하는 것은 ‘무죄 선언’이 아니다. 혐의는 법에 따라 철저히 심리하되, 초고령자에 대한 구속 여부와 처우를 결정할 때 인간의 존엄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충분히 고려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공의는 죄를 가볍게 여기라는 뜻이 아니다. 죄는 엄정하게 다루되, 사람의 존엄은 끝까지 지키라는 가르침이다. 법의 엄정함 또한 사람을 짓누르는 힘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보호하는 힘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법의 엄정함과 인간의 존엄, 그리고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함께 존중될 때 비로소 국민이 신뢰하는 법치가 가능하다. 그것이 목회자인 내가 믿는 하나님의 공의이며,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 가야 할 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중앙 영남노회장 김건 목사


[글로벌에픽 김동현 CP / kuyes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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