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로봇 개발의 표준이 될 '레퍼런스 로봇'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LG전자를 더 이상 가전 회사가 아니라 '피지컬 AI(Physical AI)' 기업으로 다시 분류하기 시작했고, LG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한때 300% 넘게 뛰었다. 8년에 걸친 빼기와 더하기 끝에, 시장은 LG를 'AI 시대의 회사'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취임 8주년을 맞은 구 회장이 던진 승부수, 미래 신사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73900673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사람과 돈을 함께 바꾼 '2026 리셋'
미래로 가기 위해 구 회장이 먼저 손댄 것은 사람이었다.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LG는 LG전자·LG화학·디앤오 세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4년간 LG전자를 이끈 조주완 사장과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했고, 그 결과 2018년 취임 당시 여섯 명이던 부회장단은 권봉석 ㈜LG 부회장 한 명만 남았다. LG를 떠받치던 원로 경영진이 물러나고 구 회장 중심의 단출한 체제가 들어선, 사실상의 세대교체였다.
돈의 방향도 함께 틀었다. LG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국내에 약 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50조원을 ABC와 배터리·전장·차세대 디스플레이 같은 미래 성장동력에 배정했고 55조원을 R&D에 투입한다. 2022년 내놓았던 5년간 106조원 투자 계획을 미래 사업 중심으로 새로 짠 것이다. 사람과 자본을 모두 미래로 돌려세운 셈인데, 그 미래의 첫 글자가 바로 A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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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엔비디아가 택한 LG의 '피지컬 AI'
구 회장은 2020년 LG AI연구원을 세우며 AI에 일찍 베팅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은 올해 4월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이해하는 멀티모달 모델 4.5까지 진화했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4.5는 과학·수학(STEM)과 코딩 등 일부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오픈AI·구글의 최신 모델을 앞섰고,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LG는 이 기술을 계열사의 생산 공정과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에 적용하며 'AI를 쓰는 회사'를 넘어 'AI로 돈을 버는 회사'로 나아갔다.
그 축적이 엔비디아와의 동맹으로 이어졌다. 구 회장과 젠슨 황은 올해 6월 8일 회동에서 로봇과 AI 인프라, 미래 모빌리티 전반에서 손잡기로 했고, 2주 만에 30여 명 규모의 '팀LG'가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협력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주목할 점은 LG가 로봇 생태계의 거의 모든 조각을 그룹 안에 갖췄다는 사실이다. LG전자가 로봇의 '관절과 근육'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와 가정용 휴머노이드 'CLOiD'를 맡고, LG이노텍이 광학·센싱 기술로 '로봇의 눈'을, LG CNS가 제조·물류 현장용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LG에너지솔루션이 동력원인 배터리를 책임진다. 엔비디아가 AI라는 '뇌'를 제공하면 LG가 몸체를 만드는 구조다. LG전자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CLOiD의 개념검증(PoC) 일정을 2026년 상반기로 앞당기고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의 양산 체계 구축에 나서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LG전자를 가전 기업이 아닌 로봇·피지컬 AI 기업으로 재평가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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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AI로 신약 개발의 시간을 줄이다
성과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바이오 사업을 맡은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23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을 수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AVEO)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서 직접 신약을 출시할 기반도 마련했다.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이 2029년 68억9,000만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 회장은 2023년 미국 보스턴을 찾아 바이오를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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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AI 데이터센터의 숨은 인프라를 잡다
마지막 글자인 클린테크는 AI 시대의 뒷단에서 기회를 찾았다. AI 데이터센터가 폭증하면서 막대한 열을 식히는 냉각 기술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함께 솟구쳤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고효율 액체냉각 솔루션과 무급유 인버터 터보칠러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경기 평택에 AI 데이터센터 전용 테스트베드를 구축했고, 미국의 중소형 AI 데이터센터에 수백억원 규모의 냉각 시스템을 공급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의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계약도 따냈다. 2편에서 다룬 LG전자의 공조 사업과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전환이, 클린테크라는 이름 아래 AI 인프라 시장으로 다시 모이는 구조다. 냉난방 가전과 전기차 배터리에서 출발한 사업이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후방 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93507073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8년의 결산, 그리고 진짜 시험대
구광모의 8년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걷어내 신뢰의 토대를 놓았고(1편), 비핵심 사업을 덜어내고 전장·공조에 집중해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냈으며(2편), 그렇게 번 돈과 키운 인재를 AI·바이오·클린테크라는 미래에 쏟아붓고 있다(3편). 조용한 마흔 살 총수를 향하던 의문은, 이제 'LG를 AI 시대의 회사로 다시 정의했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8년의 성취가 다음 8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상속회복 소송은 2심이 남아 지배구조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발 관세, AI 패권 경쟁처럼 판을 흔드는 변수는 더 빠르고 거칠어졌다.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는 글로벌 공조 전문 기업들이, 로봇과 바이오에서는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과 엔비디아 동맹이라는 지금의 환호에 안주하는 순간, 한때 휴대폰과 LCD가 그랬듯 우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 8년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할지' 고르는 선택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그 선택이 옳았음을 시장에서 증명해야 하는 실행의 시간이다. AI·바이오·클린테크가 실적으로 완성되고 피지컬 AI의 청사진이 제품과 수주로 바뀔 때, 비로소 구광모의 리더십은 '재편의 리더'를 넘어 '도약의 리더'로 기록될 것이다. 구광모의 진짜 8년은, 어쩌면 지금부터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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