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6.07.02(목)

[Epic Why]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 왜 자사주 계속 살까

누적 규모 645억원, 지분율 33.61% … 성장 낙관 AI 반도체 시장 베팅

안재후 CP

2026-07-02 15:25:16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 [사진=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곽동신 회장 [사진=한미반도체]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지난달 8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한데 이어 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취득한다.

한미반도체는 곽동신 회장이 사재로 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취득한다고 2일 밝혔다. 이로써 곽 회장은 지난 2023년부터 총 695억원(73만6천345주)의 자사주를 취득하게 된다. 취득 예정 시기는 오는 30일로 장내 취득할 예정이다. 이번 취득이 완료되면 곽 회장의 지분율은 33.61%로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주가 부양 차원에서 매입하는 게 아니라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베팅이자, 기업의 중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확신하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주가 방어를 넘어 사업 신뢰의 표현
자사주 매입은 통상 기업이 내놓는 신뢰 신호다. 하지만 곽 회장의 매입 패턴은 일회성 신뢰 표현과는 다르다. 2023년부터 시작한 매입은 반복 주기를 단축하며 지속되고 있다. 마치 기회를 포착한 최대주주의 공격적 투자처럼 비춰진다.

이번 매입으로 곽 회장의 지분율은 33.60%로 높아졌는데 경영권을 넘어 회사의 향방을 직접 좌우할 수 있는 규모다. 외부 투자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경영진이 자신의 돈을 쏟아부을 만큼 투자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서 HBM용 TC 본더 70% 점유
한미반도체는 HBM용 TC 본더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실제 2025년 3분기 기준 글로벌 HBM용 TC 본더 시장에서 71.2%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HBM은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이다. GPU와 CPU의 성능을 결정하는 메모리 칩이다. TC 본더는 이 HBM을 생산하는 데 필수 장비다. 고온과 고압으로 미세한 칩들을 정밀하게 접합하는 기계다. 기술 난이도가 높고, 양산 경험 축적이 중요하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세계 최초로 'TSV 듀얼 스태킹 TC 본더'를 출시하며 HBM 장비 시장에 진출했고, HBM 제조에 필요한 NCF 타입과 MR-MUF 타입의 모든 TC 본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양대 메모리 강자 모두를 고객으로 삼고 있다. 이들의 공정 최적화 요구에 대응해온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다.

곽 회장이 보는 것은 이 지배력의 지속성이다.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구조가 이미 만들어졌다는 확신이다.
2026년, 성장의 전환점을 앞두다
TC 본더 시장은 2025년 조정 국면을 거쳤다. 메모리 제조사들이 대규모 장비를 투입한 후 공정 최적화에 시간을 쏟는 시기였다. 하지만 시장 관측은 일관되다. HBM용 TC 본더 시장은 2025~2030년 해마다 평균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AI 반도체 산업 자체의 성장 곡선을 반영한다. 엔비디아, AMD, 구글, 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AI 모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HBM의 용량과 성능은 매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HBM의 수요 증가는 곧 TC 본더의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곽 회장의 타이밍은 정확하다. 조정 이후 다시 성장 궤도로 진입하는 국면에서 자신과 회사에 베팅하는 것이다.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출처=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출처=한미반도체]


차세대 제품, 이미 준비된 미래
한미반도체의 강함은 한 세대의 제품에 머물지 않는다. 한미반도체는 HBM4용 'TC 본더 4'를 2025년 7월부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으며, 2026년 하반기에는 차세대 HBM5, HBM6 생산용 '와이드 TC 본더'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차세대 규격이 나올 때마다 대응할 수 있는 기술 로드맵을 이미 확보한 것이다.

추가 제품 라인도 갖춰지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FC 본더 75'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FC 본더 3.5'를 출시했고, 'AI 반도체 2.5D 패키징을 지원하는 신규 장비 2.5D TC 본더 40'을 출시하고 글로벌 파운드리와 후공정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단순히 메모리 장비 업체에서 벗어나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장비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2.5D·3D를 포함한 어드밴스드 패키징 시장은 2024년 460억달러에서 2030년 794억달러로 연평균 9.5% 성장할 전망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속도도 빠르다.

곽 회장의 자사주 매입 가속화는 이 기술 로드맵에 대한 확신을 반영한다. 한 번의 호황이 아닌, 단계적 성장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 진출, 고객과 거리 좁히다
올해 말 한미반도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현지 법인 '한미USA'를 설립한다. 단순 지사가 아니다. 미국 시장의 고객들과 제품 기획 단계부터 협력하기 위한 거점이다.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앰코테크놀로지, 인텔, 스페이스X·테슬라·xAI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테라팹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제조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도 이런 흐름에 맞춰 스페이스X에 50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건설 중인 초대형 반도체 제조 시설이 2028년 가동될 것을 예상하고, 초기 단계부터 파트너십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한미반도체가 하나하나 제품을 수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기업의 설계 초기 단계부터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전환한다는 의도다. 이는 실적 안정성을 높인다. 일회성 수주가 아닌 지속적 수주 관계로 변하기 때문이다.

곽 회장이 보는 미래에는 이 글로벌 현지화 전략과 테라팹 참여가 2028년 이후 또 다른 성장축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다.

2025년 5767억 창사 이래 최대 매출
한미반도체는 2025년 연간 매출 5767억원을 기록하며 1980년 창사 이후 최대 매출 실적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은 43.6%로 반도체 장비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2514억원으로 전년대비 1.6% 감소하며 보합세를 나타냈지만, 이는 고객사인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4 양산 시점을 2026년 초로 늦추면서 일시적 조정이었다.

올해로의 회복은 명확하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HBM 투자를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론은 2025년 12월 실적 발표를 통해 2026년 총 설비투자액을 기존 18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HBM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곽 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이 흐름을 정확하게 읽은 결과다. 시장 상황이 변할 수 있다. 기술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개인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2026년부터의 성장 재개를 확신한다는 뜻이다.

넘어야 할 산 경쟁과 특허 분쟁
다만 한미반도체의 독주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 TC 본더 특허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 핵심 공정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법정 공방으로 확전되고 있다. 현재 한화세미텍은 침해 행위 금지와 관련 장비 폐기, 약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한화세미텍은 3.2%의 점유율로 세메스, ASMPT, 야마하로보틱스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R&D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힘입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선점으로 기술 역전을 노리고 있다.

기술 경쟁뿐 아니라 공급망 구도도 변하고 있다. 과거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의 사실상 독점 공급사였다면, 이제 메모리 제조사들은 복수 공급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미반도체의 점유율이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곽 회장의 베팅이 성공하려면 이 같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높은 시장지배력을 무기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가 축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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