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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체제 첫 지배구조 개편, 삼바 인적분할 노림수는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 완성 포석 ... 경영승계 히든카드 밑그림도

안재후 CP

2025-05-22 13:30:12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이재용 체제 첫 지배구조 개편, 삼바 인적분할 노림수는
삼성그룹이 바이오 분야에서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전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2일 공시를 통해 발표한 인적분할 계획은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려는 삼성의 야심찬 전략으로 평가된다.

위탁-신약개발 사업간 이해충돌 해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번 분할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신약 개발 사업 간의 이해충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화이자, MSD,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GSK,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의약품 생산을 의뢰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존재였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자신들의 신약개발 노하우와 제조기술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유출될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본격적인 신약개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사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기술 유출 우려"라며 "같은 그룹 내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와 CDMO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계약 협상 과정에서 기술 보안과 관련된 추가적인 보장 조치를 요구하기도 하기도 했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회사로 거듭나면서, 고객사들에게 '생산만 하는 삼성'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 이는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신규 고객 확보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 /사진제공=삼성바이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할 전후 지배구조. /사진제공=삼성바이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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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인적분할로 주주가치 희석 안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불할하는 방식은 단순·인적분할이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같은 비율로 나눠 갖는 방식으로, 투자자의 주주가치 희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존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과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받게 된다. 이 분할 비율은 현재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정해졌으며, 각 사업부문의 자산 규모와 수익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분할 절차는 7월 29일 증권신고서 제출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이어 9월 16일 분할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가 개최되며, 10월 1일 삼성에피스홀딩스 창립, 10월 29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 순으로 진행된다. 주목할 점은 9월 2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약 한 달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거래가 일시 정지된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의 거래 중단은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위축에 따른 단기 변동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불가피한 절차"라며 "분할 완료 후 각 회사의 독립적인 가치 평가가 가능해지면 오히려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를 맡아온 사업부문이 분할되어 설립되며,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가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이사직을 겸임할 예정이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인적분할로 탄생하게될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를 맡게될 전망이다.<삼성바이오에피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인적분할로 탄생하게될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 대표를 맡게될 전망이다.<삼성바이오에피스>



글로벌 톱티어 CDMO 도약 청사진

분할 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톱티어 CDMO'를 목표로 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한다. '생산능력·포트폴리오 다각화·글로벌 거점 확대'의 3대축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기존 대형 생산공장 운영은 물론, 신규 공장 증설과 글로벌 거점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총 4개의 대형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생산능력은 연간 62만 리터 규모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DMO 업체 중 최대 규모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사전충전형 주사기(PFS)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DC는 차세대 항암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관련 기술 개발과 생산시설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거점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현지 생산기지 구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능력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독립적인 투자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의 M&A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상장 후에는 인수합병 등 적극적인 사업 확장도 가능해지고 전문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가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이번 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22일 오전 9시 42분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대비 6만 3000원(5.73%) 오른 116만 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43.06% 보유한 모회사 삼성물산도 전장보다 7.48% 오른 14만9천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할이 '숨겨진 가치'를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혼재되어 있어 각 사업의 고유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이 각 사업부문의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CDMO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30%대인 반면, 신약 사업은 50%대로 알려져 있어 바이오시밀러·신약개발 사업이 독립되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9년까지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시가총액이 78조원에 육박해 모회사인 삼성물산(23조원)의 3.3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분할을 통해 각 회사의 가치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분할 이후 각 회사가 독립적인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성과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바이오 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단순 분할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외관 [사진 제공 =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외관 [사진 제공 =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06%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분할로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서 상당 부분 독립된 새로운 지배 축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삼성에피스홀딩스가 향후 독립 상장을 통해 자체적인 자본조달과 투자 결정권을 갖게 되면, 삼성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경영 단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동안 지적되어 온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할이 이재용 회장 체제 하에서 추진되는 첫 번째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이번 분할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향후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유사한 방식의 구조 개편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사업 성격이 다른 부문들이 혼재된 계열사들의 경우 분할을 통한 가치 극대화 전략이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전문가들은 “분할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 없이도 구조 개편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며 “이는 다른 계열사들의 구조 개편에서도 유용한 방법론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설되는 홀딩스, 중간지주사 역할 할 듯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사실상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향후 인수할 바이오 관련 기업들을 관리하는 전문 투자회사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검토해온 '사업별 전문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독립 상장까지 완료된다면, 삼성그룹 내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유사한 전문 지주회사 설립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각 사업 부문별로 전문성을 갖춘 중간지주회사를 두고, 이들이 해당 분야의 투자와 경영을 담당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현재의 '복합 대기업집단' 형태에서 '전문 사업부문별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트렌드와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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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과정의 공백과 비용증가 등 과제도 산적

하지만 이번 분할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기까지는 여러 과제들이 남아 있다. 우선 분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운영상의 공백과 비용 증가 문제다. 기존에 통합 운영되던 시스템과 인력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효율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요 리스크 요인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기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변수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바이오 분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이전 제한 등의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다각화 전략과 함께 핵심 기술의 내재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약 4개월간 진행될 분할 과정과 그 이후의 성과가 어떻게 나올지, 삼성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바이오 산업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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