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에 벌어들인 영업이익 6998억원 중 4127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2024년에는 6408억원 중 5327억원을 자사주 매입하고 소각하는 데 썼다. 4년 만에 투자한 돈의 약 20%를 회수한 것이다. 최근 2년동안에도 1조원 넘는 자금이 본사로 넘어갔으며 여기에 딜리버리히어로에 지급한 수수료 1204억원을 더하면 실제 유출금액은 더 많다.
문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큰 돈을 버는 과정에서 업주와 라이더가 일정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년간 배민은 6.8%에서 9.8%로 중개수수료를 인상했고, 방문포장 서비스에는 6.8%를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했다. 배민1플러스의 경우 총 수수료가 10.8%에 달해, 음식값의 3분의1을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25년 들어서는 클릭 수수료를 600원에서 1,000원으로 66.7% 인상하기까지 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개발한 라이더 전용 배차 앱 '로드러너'는 배민의 본사 압박을 반영하는 상징적 사례다. 경기 오산, 동탄 등에서 기존 배민커넥트를 대체하며 시범 운영 중인 로드러너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기존 앱보다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배민이 강제로 도입한 것에 대해 라이더들은 로드러너 이용 수수료를 딜리버리히어로에 넘기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에 따르면 로드러너 도입으로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로열티가 독일 본사로 송금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 즉각 철회를 요구했지만, 배민 대표는 “시범 운영 단계에서 개선하겠다”는 모호한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수수료 인상은 '필수' 배당은 '선택지'
수수료 인상과 관련 배민이 내놓은 논리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업주들의 생각이다. 배민은 무료배달 정책 시행 이후 점주들의 부담 배달비가 평균 300원 인상되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수수료는 훨씬 더 올랐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료배달 정책 시행 이후 음식 가격은 연평균 1000원씩 상승했다.
결국 소비자와 업주가 감수한 부담은 모두 배민의 배당금과 로열티로 전환되었고, 이는 독일 본사의 이익으로 연결됐다. 2024년 딜리버리히어로는 글로벌 매출 128억 유로 중 배민 매출이 약 22%(4조3226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배민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로드러너, 과도한 수수료를 집중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국내 이용자와 라이더의 희생 위에 본사만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배달 플랫폼 산업의 국부 유출 문제를 제기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도 "로드러너는 결국 로열티를 통해 본사에 송금하기 위한 강제 도입"이라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23년부터 배달앱 자율규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 개선은 미흡한 상태다. 공정위는 최근 평가에서 "일부 항목에서는 개선이 있었지만, 소상공인의 실질적 부담을 줄이는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이행률이 낮다"고 밝혔다. 자율규제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배민 입장에서는 이를 따를 강력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신호는 2025년 중반부터 나오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글로벌 투자자들이 사업 재편과 자산 매각을 요구하면서, 배민의 수익성 극대화 압박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 태국 사업을 정리하고 대만의 푸드판다 매각을 추진 중이다. 손실이 큰 지역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높은 시장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라는 주주들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배민의 의존도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 짜내기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투자금 회수에 열 올린다는 오명 벗어야
글로벌 투자은행 UBS도 “한국 시장 경쟁이 딜리버리히어로의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평가했으며, 주요 주주들은 한국 사업의 향방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배달시장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해 번 돈을 가져가는 건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면서 이용자들에게 착취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 문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투자금을 회수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오명을 벗어야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때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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