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새 3조원 가까이 증가
1일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국내 5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총액은 9조9,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7조1,065억원 대비 2조8,139억원(28.4%) 증가한 수치다.
주식담보대출에 참여한 오너 일가 수도 작년 98명에서 올해 129명으로 31명 늘어났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의 담보 비중도 작년 37.6%에서 올해 49.9%로 12.3%포인트 상승하며 전체 보유 주식의 절반 가량이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이번 증가세를 이끈 주역은 단연 삼성가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삼성가 세 모녀 명의로 실행된 주식담보대출은 1년 전 2조9,328억원에서 5조1,668억원으로 76.2% 급증했다.
특히 홍라희 명예관장의 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1조7,800억원에서 68% 증가한 2조9,900억원을 기록하며 개인 기준 최대 규모를 보였다. 주식담보 비중도 42.1%에서 79.1%로 크게 상승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담보대출 금액은 5,800억원에서 1조1,040억원으로 90.3% 증가했고, 이서현 사장도 5,728억원에서 1조728억원으로 87.3% 늘었다. 이들 세 모녀는 개인별 담보대출 금액 기준으로 나란히 1~3위를 차지했으며, 이들의 대출 총액만으로도 50대 그룹 오너 일가 전체 주식담보대출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삼성가 전체의 담보 비중도 30.7%에서 55.5%로 크게 상승하며,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이 담보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풍그룹의 증가율은 더욱 극적이었다. 대출받은 오너 일가 수가 3명에서 18명으로 6배 늘어났고, 총대출금은 195억원에서 4,795억원으로 2,359% 급증했다. 담보비율도 85.2%에 달해 고위험 수준을 보였다.
올해 담보비율이 80%를 넘는 그룹은 영풍(85.2%)을 비롯해 태영(100%), 현대백화점(100%), 코오롱(99.1%), 롯데(88.2%), 금고석유화학(80%) 등 6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유 주식의 대부분을 담보로 제공해 경영권 리스크가 높은 상태임을 의미한다.
태영그룹의 경우 윤석민 회장과 부친 윤세영 창업회장이 보유 주식 전량을 공동 담보로 설정해 총 4,000억원을 대출받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 가족 등 6명이 정 회장에게 증여받은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담보로 각각 30억~80억원씩 총 310억원을 대출받았다.
태영그룹 父子. 보유 주식 전략 공동 담보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2022년 초 상장 중견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이 1조3,620억원이었던 것이 2023년에는 1조4,724억원으로 1,104억원(8.1%) 증가했다는 과거 자료와 비교하면, 50대 그룹의 증가폭이 훨씬 가파른 것을 알 수 있다.
2020년 조사에서는 대기업 오너 일가 보유주식의 18%가 담보로 제공되고 있었으나, 두산그룹이 96.2%로 가장 높은 담보 비중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전체 평균 담보비율이 49.9%에 달하는 것은 상당한 증가세를 보여준다.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필요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급증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조달, 상속세 납부 자금 확보, 그리고 최근 주식시장 상승으로 인한 담보가치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삼성가의 경우 고(故) 이건희 회장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 납부와 경영권 승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담보대출 급증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보비율이 높아질수록 주가 하락 시 추가 담보 제공이나 조기 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어 경영권 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담보비율이 80%를 넘는 6개 그룹의 경우 주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향후 경영권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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