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은 지난 4월 본격적인 수출 확대와 사업 재편을 위해 동원산업과 동원F&B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를 거쳐 지난달 31일부로 동원F&B의 상장을 폐지하고 동원산업의 신주 발행을 완료했다. 이번에 추가로 상장되는 주식 수는 452만3천902주로 전체 주식 수(총 4천414만7천968주)의 10.25%에 달한다.
자본시장 긍정적 반응과 중복상장 해소 효과
동원산업의 동원F&B 100% 자회사 편입에 대한 자본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동원산업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포괄적 주식교환 발표 이전의 2.5배인 6만2천81주(4월 15일~7월 31일 평균)이며 주가는 같은 기간 약 30% 오른 4만5천965원을 기록했다.
동원F&B를 중심으로 그룹 식품 계열사 간 협업과 수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원그룹은 최근 국내외 식품 4개 사를 아우르는 '글로벌 푸드 디비전' 출범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성장 청사진을 제시했다. 동원산업은 동원F&B 100% 자회사 편입 이후 동원홈푸드,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세네갈 자회사 스카사 등 식품 관련 계열사를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묶어 글로벌 사업의 전략적 추진과 시너지 창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룹 식품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24년 기준 22%에서 2030년까지 40%로 늘릴 계획이다.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R&D(연구개발) 조직을 '글로벌R&D센터'로 통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기준 0.3%(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의 R&D 예산을 2030년까지 1%대로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전략의 첫 단계로 동원F&B와 동원홈푸드의 연구개발·생산 역량을 결집해 다양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파일럿 사업은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선별해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현지 반응과 성과를 토대로 개선·보완해 본격 확산하는 단계적 전략이다.
펫푸드 사업과 해외 생산라인 확대
먼저 글로벌 펫푸드 사업을 가속할 전망이다. 자체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이 국내를 넘어 미국과 일본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동원F&B는 해외에 국내의 3배 규모에 달하는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스타키스트의 생산거점인 서사모아 공장이 펫푸드 전용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유력한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BTS 진 모델 기용과 참치 글로벌 진출
국내 참치 통조림 시장 1위인 동원참치도 글로벌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동원F&B는 세계적인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 진을 동원참치 브랜드 모델로 발탁하며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글로벌 시장 수출 확대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모델 선정은 진이 2021년 공개한 솔로곡 '슈퍼 참치'가 배경이 됐다. 진은 낚시를 즐기던 중 참치를 잡은 경험을 살려 노래를 만들었으며, 해당 노래의 영상은 유튜브 누적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동원F&B는 참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진과 함께 'BTS 진 에디션' 제품을 출시하고, 이달부터 미국을 비롯해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로 이 제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K-푸드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가속화
40년 전통의 한식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양반'은 떡볶이, 조미김(양반김), 간편식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2016년 출시돼 이미 30여 개 국가로 수출 중인 양반 떡볶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월마트·일본 코스트코 등 주류 유통 채널에 진입하며 본격적으로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만 한 해 1천300만개 팔린 유산균 음료 '테이크얼라이브'는 대만에 이어 중국에 수출할 예정이며, 장수 제품인 쿨피스도 수출을 앞두고 있다. 동원홈푸드의 저당·저칼로리 소스 브랜드 비비드키친도 '김치 치폴레 마요', '김치 페스토 소스', '코리안 쌈장 BBQ소스' 등을 앞세워 미국, 호주, 베트남, 홍콩 등으로 수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M&A를 통한 글로벌 확장 전략
그동안 동원F&B 단독으로는 자금력 부족 등으로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이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동원산업 주도로 빠른 성장을 위한 M&A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원F&B가 지닌 자금력까지 더해 M&A 실탄을 마련하고 국내에 집중된 식품 사업구조를 해외로 확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동원F&B는 동원산업 산하의 참치어획·캔가공 자회사인 세네갈의 스카사, 캅센 등과의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중동과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
동원그룹 관계자는 "사업 재편을 통해 그룹의 핵심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성장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와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원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선제적으로 중복 상장 해결에 나서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중복상장 해소, 연간 2회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자본시장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평가된다.
동원그룹의 이번 사업 재편은 국내 식품 시장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내수 침체,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식품 디비전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체계적인 해외 진출 전략으로 제2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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