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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 2000억 지원 … 여천NCC 급한 불 껐다

한화-DL갈등 일단 잠복 … 석유화학 체질개선에 정부가 나서야

안재후 CP

2025-08-11 16:31:28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부도 위기에 몰렸던 여천NCC가 극적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DL그룹이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하면서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됐다.

DL그룹 지주회사인 ㈜DL과 DL케미칼은 이날 각각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여천NCC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방안을 의결했다. 자금 지원은 DL케미칼이 200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DL이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5년 동반자에서 갈등의 씨앗으로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공동 설립한 석유화학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을 보유하며 25년간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국내 업계에서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인 여천NCC는 과거 양사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지난 25년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로부터 누적 4조400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받아왔고, 이 중 DL그룹은 2조2000억원을 가져갔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이 본격화되면서 여천NCC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중국은 2020년 이미 에틸렌과 프로필렌 자급률 100%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12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연속 적자, 8200억원 누적 손실

이러한 악재는 여천NCC의 재무구조를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여천NCC는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3년간 누적 적자만 8200억원에 달한다.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여천NCC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이달 말까지 31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놓였다. 회사채 발행과 대출 등 자금 확보 수단이 모두 막히면서 오는 21일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심각성을 깨달은 여천NCC는 지난 8일부터 전남 여수 3공장 가동을 임시 중단하는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화 vs DL, 구원 방식 놓고 대립

여천NCC의 위기 상황에서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은 서로 다른 시각을 보였다. 한화그룹은 "즉시 자금을 투입해 디폴트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이미 승인한 상태였다.

반면 DL그룹은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DL 측은 "올해 3월 각각 1000억원씩 증자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또다시 1500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경영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DL케미칼 대표인 김종현 부회장은 한화와의 회의에서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며 워크아웃(구조개선작업)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체를 위협하는 도미노 우려

여천NCC 사태는 단순한 기업 하나의 위기를 넘어 석유화학 업계 전체의 경고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대산·울산 지역 업체 대부분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대산·여수 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 생산 라인과 나주 공장 알코올 생산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2월 여수산단 내 2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으며, HD현대오일뱅크와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통합 운영을 논의 중이다.

주요 업체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확연히 드러난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부문은 영업손실 2161억원,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904억원 적자,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4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흑자를 유지한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5.3% 감소했다.

구조적 변화 불가피, 정부 역할론 대두

전문가들은 이번 여천NCC 사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최근 3년간 동북아에서만 국내 전체 생산능력의 200% 수준인 2500만톤의 설비가 증설됐고, 이 여파로 동북아 평균 가동률은 15% 이상 하락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향후 3년간 1500만톤 수준의 신규 공장이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불황이 2030년 이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활력법상 과잉공급 업종 판단 기준을 확대해 단기간에 급격히 업황이 악화된 경우도 포함하도록 조정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업종에 기업활력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극적 타결, 하지만 근본 해결은 숙제

DL그룹의 이번 자금 지원 결정으로 여천NCC의 당장 위기는 모면됐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슷한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자금 지원은 응급처치에 불과하다"며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그리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인 만큼, 여천NCC 사태는 단순한 기업 위기를 넘어 국가 산업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향후 정부와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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