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이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국 534개 상장 종목에 1,158억 3,000만 달러(약 161조원) 상당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모만으로 작년 말 대비 9.62%(약 14조 1,000억원) 증가했다.
트럼프 리스크를 기회로, 기술주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
눈에 띄는 투자 전략은 정치적 리스크에 휘말린 종목들의 저가 매수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과 테슬라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일론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국민연금은 보유 주식 수를 517만 주에서 552만 주로 6.8% 늘렸다. 전형적인 '저가 매수' 전략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미국 투자는 기술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엔비디아로 7.0%(73억 5,210만 달러)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6.4%(67억 9,693만 달러), 애플 5.6%(59억 1,176만 달러), 인베스코 ETF 4.2%(43억 9,188만 달러), 아마존 3.8%(40억 2,644만 달러) 순을 보였다.
신성장 투자 확대와 선별적 수익 실현
국민연금은 전통적인 대형주 외에도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핀테크 플랫폼 로빈후드의 경우 작년 말 보유량이 '0'이었지만, 올해 6월 말 149만 7,000주를 보유하게 됐다.
게임 분야에서는 로블록스 주식을 대거 매수해 보유량이 158만 3,000주로 100% 증가했고,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44만 7,000주로 66% 늘렸다. 이는 디지털 자산과 메타버스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해석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받았던 모더나는 보유량을 99.2% 대폭 줄였고,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와 반도체업체 온세미컨덕터 등도 90% 이상 매각했다. 성장성이 둔화되거나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되는 종목들의 비중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건설자재업체 CRH PLC는 18억 350만 달러 상당을 전량 매각하는 등 대규모 포트폴리오 조정도 단행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투자 행보는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장기 투자자로서의 강점을 보여준다. 정치적 리스크나 일시적 악재로 주가가 하락할 때 오히려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 투자 전략이 주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AI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장기 트렌드에 부합하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반년 만에 9.6%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이런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가 161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 같은 투자 성과는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의 노후 자산 증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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