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전경. LG 제공
이날 간담회에는 LG사이언스파크 측에서 정수헌 대표, 김민수 기술전략담당, 박태홍 글로벌O/I실장 등 주요 기술 경영진이 참석했으며, 우주항공청에서는 윤영빈 청장을 비롯해 노경원 차장, 한창헌 산업국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양 기관의 실무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한 만큼, 이번 협력은 단순한 의례적 만남을 넘어 구체적인 전략 수립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카메라·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다층 기술 협력'
LG가 추진하는 우주산업 협력의 핵심은 기존의 강점 기술을 우주분야에 활용하는 것이다.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통신모듈, 카메라, 배터리를 비롯해 가전, 디스플레이, 데이터센터 등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 미래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한다는 방침이다. LG의 R&D 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가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의 기술을 총괄 조정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028년 자체 큐브위성 발사, 우주시장 진출의 신호탄
LG의 우주산업 진출 계획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자체 큐브위성 발사 추진이다. LG는 현재 위성 탑재 기술 검증을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며, 2028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큐브위성은 10×10×10cm를 기본 규격으로 하는 초소형 인공위성으로, 지구 관측, 기술 검증 등 다양한 임무에 활용되는 차세대 우주 자산이다.
현재 LG는 누리호 4차 발사에 큐브위성 컨소시엄을 통해 참여하고 있으며, 오는 27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 4차에는 총 12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될 계획이다. 하지만 LG는 이번 참여를 단순한 기술 검증 단계로 보지 않고, 향후 자체적인 큐브위성을 독립적으로 발사해 우주산업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LG가 우주산업을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중장기 사업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수헌 대표는 "누리호 4차 발사의 성공적 진행을 기원하며, LG도 이번 발사를 통해 다양한 부품을 검증하겠다"고 밝혔으며, "LG는 미래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Winning Tech(이기는 기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며, 우주산업 또한 미래준비 분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한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우주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서 국가 우주산업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항공우주 배터리 개발, NASA 협력의 확대
사우스8은 프로젝트의 공동 참여자로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액화 기체 전해질 및 이에 특화된 주액 기술, 특수 외장재 등을 활용한 최종 배터리 셀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는 LG가 단순한 협력사 수준을 넘어 우주 배터리의 핵심 기술 개발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과 우주산업의 협력 역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LG에너지솔루션은 NASA의 우주 탐사용 우주복에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우주복 배터리는 우주 비행사의 생명 보존을 위한 산소 공급 장비, 통신장비, 방사능 측정기 등 최첨단 장비의 심장 역할을 수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는 NASA가 요구하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기준의 테스트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통과한 바 있다. 이러한 신뢰 관계가 이번 항공우주용 배터리 셀 개발 협력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LG의 일관된 우주산업 진출 계획
LG의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23년 국내 유일의 달 탐사 로버 개발 기업인 '무인탐사연구소'를 육성 스타트업으로 선정하고, 2024년부터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해 왔다. 이는 LG가 우주산업을 단순한 사업 기회가 아닌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LG는 올해 1월 각 계열사의 기술 경영진이 모인 LG기술협의회에서 우주산업의 미래와 기회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는 LG와 협업 중인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도 참석해 LG 각 계열사와 협력 가능한 다양한 시장기회를 논의하고, 정밀 과학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로버가 현장 상황을 기록해 전송하는 활동과 관련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LG가 우주산업을 전사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다.
글로벌 우주시장의 급성장, LG의 선제적 진출 배경
LG가 이처럼 우주산업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항공시장 규모는 2024년 4,766억 달러로 추산되었으며, 2025년 5,120억 달러에서 2034년 약 1조 121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7.86%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전망은 더욱 긍정적이다.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30년 5,900억 달러(약 812조 원), 2040년 1조 1,000억 달러(약 1,5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의 시장 규모 성장이 예상되면, 이제는 선제적으로 우주산업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회 상실이 되는 상황이다.
LG가 통신, 배터리, 디스플레이,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우주산업에서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우주산업은 단순히 로켓이나 위성 제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위성 간 통신, 영상 데이터 처리, 전력 공급, 우주 네트워크 구축 등 다층적인 기술을 필요로 한다. LG의 다양한 기술 포트폴리오는 우주산업 생태계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위치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LG사이언스파크와 우주항공청의 전략적 협력은 한국의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넘어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LG가 추진하는 우주산업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국 우주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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