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25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고려아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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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적 성과
이번 MOU 체결식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글로벌부문 사장을 비롯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핵심 희소금속 분야에서 한미 협력의 첫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약의 핵심은 고려아연이 중국·북한·이란·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제련한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하고, 록히드마틴이 이를 구매하는 오프테이크(생산물 우선 확보권) 계약을 추진하는 것이다. 록히드마틴은 1995년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의 합병으로 출범한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로 F-22 랩터와 F-35 스텔스 전투기, 이지스 전투체계,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생산한다.
고려아연은 이번 협약에 맞춰 울산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을 신설한다. 새 공장은 온산제련소 슬러지를 저장하던 폰드(Pond)장을 복토해 부지를 조성한 뒤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7년 시운전을 한 후 2028년 상반기부터 순도 99.999%급인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GeO₂)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산량은 게르마늄 메탈 기준으로 연간 약 10톤이다.
고려아연은 아연정광 제련 부산물에 함유된 게르마늄을 고온·고압 침출, 용매추출, 침전 등의 공정을 거쳐 5N(99.999%)급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 생산 기업이 된다.
전략광물 게르마늄의 중요성
게르마늄은 야간투시경, 열화상 카메라, 적외선 감지기 등 방위산업의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인공위성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판 등 우주산업에도 활용되며, 고성능 반도체 소자와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 LED, 광섬유 케이블, 초전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 널리 쓰이는 필수 금속이다.
광학 분야에서도 게르마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화게르마늄은 굴절률이 매우 높고(4.0) 분산율이 적기 때문에 광섬유의 코어로 쓰이고 있으며, 특히 적외선에 대해 투명하므로 적외선 렌즈나 고감도 열영상장비 등에 널리 활용된다.
현재 전 세계 게르마늄 공급망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정제 게르마늄 생산량 140톤의 68%가 중국산이다.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는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국방부가 운용하는 8만여 개 무기체계 부품 중 상당수가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산 게르마늄의 미국 공급은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전략광물 허브 도약
고려아연은 이미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안티모니 판매량은 2261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29.9%(520톤) 늘었으며, 판매액도 306억원에서 1614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디스플레이용 투명전극과 AI 반도체 소재에 사용되는 인듐의 경우 연간 약 150톤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수요의 11%가량을 책임져 왔으며,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2023년 대미 인듐 수출국 1위는 한국으로 같은 기간 미국 수입량의 29%를 차지했다.
고려아연은 올해 6월 볼티모어행 화물선에 안티모니 20톤을 선적하며 대미 수출을 개시했고, 연내 100톤 이상, 내년에는 연간 240톤 이상으로 미국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전망과 경제안보 기여
업계에서는 중국발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고려아연이 단순한 제련업체를 넘어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 허브로 변모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안정적 제련 기술과 확대된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게르마늄과 같은 전략광물이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가기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는 정부와 민간 모두에게 국익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과제"라며 "록히드마틴과 MOU 체결을 계기로 한미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다지는 한편 경제안보 차원의 민간협력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전략광물 자립생산으로 자원주권을 확립하고, 미국은 탈중국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는 데 고려아연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게르마늄 사업 진출은 고려아연이 한미 경제안보 파트너십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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