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08.28(목)

잘 나가던 LG생건, 주춤하는 까닭은

확장 경영하다 ‘K뷰티’ 황제 자리 내놔 … 뒤늦은 ‘선택과 집중’ 먹힐지 ‘주목’

안재후 CP

2025-08-28 10:05:17

[출처=LG생활건강]

[출처=LG생활건강]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불과 4년 전만 해도 '뷰티 황제주'로 불렸던 LG생활건강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이 18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코카콜라, 해태htb 등 음료 자회사를 차례로 사들이고 생활용품 부문을 강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결과였다. 2004년 1조원이던 LG생활건강 매출은 2021년 8조원으로 뛰었다. '국내 1위 생활용품·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했다. 시가총액은 25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6월 신생 뷰티업체인 에이피알에 시가총액을 추월당했다. 27일 종가 기준 LG생활건강의 시총은 4조6698억원, 에이피알은 8조1973억원이다. 한때 25조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국내 화장품업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신생 뷰티테크 기업에 시총 추월 ‘수모’

차석용 전 부회장은 2005년 CEO로 취임한 이후 LG생활건강을 명실상부한 생활용품·뷰티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었다. 적극적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을 포트폴리오로 구축해 LG생활건강 대도약을 이뤄냈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에서 15년 째 CEO로 재직하면서 일관된 전략적 방향성에 기반한 사업 전개와 수많은 위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진설계로, 2005년 부임 이후 매년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성장시키는 경이로운 실적을 달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M&A의 귀재'라는 별명은 실제 성과에서 나왔다. CEO로 취임한 이후 차 부회장은 거침없는 M&A 행보를 벌여왔다. 2007년 말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음료사업부를 새롭게 출범시킨 뒤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쯤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과 한국음료, 2011년 해태음료, 2012년 국내 색조 전문 화장품 브랜드 보브, 2013년 캐나다 보디용품업체 패션&프루트를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추가했다.

하지만 2022년 차 부회장의 18년 재임 기간 중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차석용 매직'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조37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82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K뷰티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 실패

LG생활건강의 위기는 K뷰티 시장 자체의 급속한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본업인 화장품이 중국에서 역성장한 가운데 K뷰티 시장이 북미와 인디 브랜드, 뷰티 기기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LG생활건강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중국 시장과 프리미엄 화장품에 집중하다가 기회를 놓쳤다.

인디 브랜드의 부상이 가장 큰 변화다. 해외에서 K-뷰티의 성분 및 원료와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였고, 가격 대비 효능/효과 중심의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인디 중저가 브랜드, 특히 기초 화장품 위주로 화장품 수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본격적인 인디 브랜드 전성기는 코로나19와 함께 왔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클린뷰티 등 성분 등에 집중하는 브랜드의 철학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시너지를 불러 일으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급성장도 LG생활건강이 놓친 기회였다. 에이피알의 성공 비결인 '메디큐브 에이지알'로 대표되는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화장품보다 비싸고 연계 매출 높아 높은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격변기에 리더십이 부재했던 것도 실적부진의 원인 중 하나였다. LG생활건강은 차 전 부회장이 18년간 회사를 이끌 당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LG생활건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잘 나갈 때 미래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당시 차 전 부회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해 2인자를 키우지 못했다"며 "이 것이 2022년 리더십이 교체 된 후 격변하는 글로벌 뷰티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2022년부터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정애 대표는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대처하며 나름 고분분투하고 있다.

브랜드 리뉴얼 등 고분분투하는 이정애 대표

이 대표는 먼저 화장품 브랜드 리뉴얼에 착수했다. 지난해 6월 대표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새로운 라인인 '로얄 레지나'를 출시하며 한자 로고를 'THE WHOO' 영문 로고로 바꿨다. 영문 로고를 사용한 건 2003년 브랜드 출시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LG생활건강은 LG전자로부터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프라엘'의 운영 전권을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화장품-디바이스-인공지능(AI)'로 이어지는 뷰티 인텔리전스 스킨케어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미래 성장 동력인 뷰티테크 사업을 본격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 해태htb 등 음료 자회사 매각을 포함해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구조조정을 통해 본업인 화장품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단기적인 재무개선 차원을 넘어 그룹사 전체의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음료 사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수천억원의 현금을 화장품 브랜드 인수, 해외 유통망 확충, 디지털 전환 투자 등 성장 동력 마련에 재투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생활건강의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24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0.1% 증가한 6조8119억원이며, 영업이익은 5.7% 하락한 4590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39억원으로 24.7% 증가했다.

해외 매출의 경우 북미 지역이 성장세로 돌아선 가운데 일본에서 23.2% 고성장했다. 중국 시장 회복과 비중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향후 실적 개선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높다. 에이피알로 대표되는 뷰티테크 기업들의 급성장과 인디 브랜드들의 약진 속에서 LG생활건강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새로운 리더십의 혁신 능력에 달려 있다.

K뷰티 시장의 패러다임이 대기업 중심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뷰티테크 기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강자 LG생활건강의 변신이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식시황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3,196.32 ▲9.16
코스닥 798.43 ▼3.29
코스피200 431.81 ▲1.50

가상화폐 시세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7,251,000 ▲222,000
비트코인캐시 774,500 ▲500
이더리움 6,409,000 ▲25,000
이더리움클래식 30,280 ▲80
리플 4,180 ▲5
퀀텀 3,986 ▲1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7,396,000 ▲349,000
이더리움 6,413,000 ▲32,000
이더리움클래식 30,330 ▲60
메탈 1,023 ▲5
리스크 540 ▲1
리플 4,184 ▲11
에이다 1,209 ▲3
스팀 184 ▲1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57,450,000 ▲330,000
비트코인캐시 775,000 ▲1,500
이더리움 6,410,000 ▲20,000
이더리움클래식 30,310 ▲30
리플 4,183 ▲8
퀀텀 3,992 ▲5
이오타 27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