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제도 도입 20년을 맞아 적립금 규모는 432조원으로 GDP의 16.9%에 달하는 거대 자산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안전자산 위주의 보수적 운용으로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양대 ERICA 정도영 교수의 '퇴직연금 도입 20년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천억원으로 2018년 이후 연평균 14.7% 성장했다. 국민연금 적립금(1212조9천억원) 대비 35.6% 수준까지 확대됐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DB 2.7%, DC 3.1%, IRP 3.2%로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50% 수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정도영 교수는 "퇴직연금을 목돈이 아닌 은퇴 후 노후소득원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과 투자정책서(IPS)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계획서 작성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목표수익률을 4.5%로 고정하거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설정하는 등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
정도영 교수는 "DB 퇴직연금의 목표수익률과 자산배분은 자산중심이 아닌 ALM(자산부채관리)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며 "부채의 결정요소인 임금상승률이나 할인율과 연계한 목표수익률 설정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향후 10년간 퇴직연금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는 인출시장의 급성장을 든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은퇴가 진행되고 있고,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2년)도 은퇴를 앞두고 있다.
현재 IRP 가입자 중 55세 이상이 80만명(26.6%), 45~54세가 97만명(32.3%)으로, 향후 10년 내 97만명이 추가로 연금수령 연령대에 진입한다. 하지만 2024년 기준 퇴직연금 수급자 중 연금수령을 선택한 비율은 13.0%에 불과해 일시금 선호 현상이 여전하다.
영국은 퇴직연금 인출 단계에서 향후 5년간 목표에 따라 4가지 표준 투자안을 제시하는 'Investment Pathway'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50세 이상에게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차원의 'Pension Wise' 프로그램을 통해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정 교수는 "퇴직연금 20년을 맞아 양적 성장에서 질적 개선으로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익률 제고와 체계적인 인출전략 마련을 통해 진정한 노후소득 보장제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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