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여 현황을 시간순으로 살펴보면 일관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초부터 손주들에 증여를 하기 시작했다. 3월4일과 28일에는 장남 김석환 부회장의 막내 아들 김규민 군(2024년 1월18일생)에게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 10만주와 예스24 주식 9만3000주를 각각 증여했다. 당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억8000만원에 달했다. 김규민 군은 돌을 맞이한 신생 주주로 등록되며, 할아버지의 '증여 대상'에 오르게 된 것이다.
첫 돌 손자 비롯 가족에게 100억 규모 증여
4월 들어서도 증여가 잇따랐다. 김 회장은 4월23일 손주 4명에게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 3만주씩 총 12만주를 증여했다. 대상은 김시윤(2017년생), 김규준(2017년생), 김아윤(2018년생), 그리고 김규민(2024년생)이었다. 당시 종가 382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4억5840만원 규모다. 김규민 군이 동년배 손주들에 비해 증여 규모가 더 컸다.
손주들에게 주식 증여를 한 것은 별탈 없이 넘어갔지만 막내 딸에게 한 증여는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예스24가 랜섬웨어 해킹으로 서비스 마비 상태에 빠진 지 나흘째 되던 6월21일, 김 회장은 막내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에게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 200만주(5%)를 증여했다. 당일 종가 414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82억8000만원에 달한다.
“주가 떨어질 때 증여하면 세금 부담 줄여”
이에 대해 당시 언론과 업계에서는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예스24가 회원 정보 유출로 문제가 된 시점에 대규모 지분 증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증여 시점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이 위기에 직면해 주가가 낮아질 때 증여를 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 총 4개월간의 종가 평균으로 과세표준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스스로 초래한 회사의 위기를 사적 이익 증대 기회로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을 공적 자산이 아닌 오너 사유물로 여기는 한국 재벌의 전근대적 지배구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증여의 배경을 경영권 승계의 최종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한솔예스24가 공시를 시작한 1999년 이전, 김 회장은 이미 3명의 자녀인 김석환, 김익환, 김지원 대표에게 지분을 증여한 상태였다. 2세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자, 이제는 3세 대상지분 증여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의 3명 자녀가 보유한 한세예스24홀딩스 지분을 살펴보면, 그 규모가 이미 상당하다. 장남 김석환 부회장 25.95%, 차남 김익환 부회장 20.76%, 막내딸 김지원 대표 10.19% 등 총 56.9%를 장악한 상태다. 이번 6월 증여로 이 비율은 더 높아졌다.
3세 증여 전략도 명확히 보인다. 한세엠케이, 한세실업, 한세예스24홀딩스 등 각 계열사별로 차별화된 증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세예스24 그룹은 소유와 경영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기 때문에 김 회장의 자녀 대상으로 한 추가 증여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면 절세
증여에 따른 절세 효과도 주목할 부분이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증여하면 조부모→자녀→손주로 대를 거쳐 증여할 때보다 세금이 적게 든다.
그러나 이러한 재무 최적화 전략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배치되는 지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의 주요 서비스가 마비되고 수백만 고객이 피해를 입고 있는 와중에서도, 순수한 가족 이익의 보호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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