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 대상은 NH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담당 고위 임원 A씨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A씨는 최근 2년여간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주관했던 11개 종목의 공개매수 관련 중요 정보를 직장동료와 지인 등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공개매수 관련 정보는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개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호재성 정보'로 인식된다.
공개매수 발표 전 매수 20억 부당이익
정보를 전달받은 이들은 정교한 수법을 동원했다. 공개매수 발표 전에 해당 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정보가 공표되어 주가가 상승하면 전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약 2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했다. 이는 체계적이고 반복된 불공정거래의 전형을 보여준다.
혐의자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장치를 마련했다. 정보를 전달받아 주식을 매매한 혐의자들은 친인척 등의 명의를 이용한 차명 증권계좌를 다수 사용했고, 사용하는 계좌도 수시로 바꿔가며 매매했다. 이는 증권사 내부 또는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로 해석된다.
NH증권, 공개매수 시장서 압도적 위치
이번 사건에 연루된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총 55건의 공개매수 중 무려 28건을 NH투자증권이 주관했다. 공개매수 시장이 행동주의 펀드 출현,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재편, 주주권리 강화 등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이러한 핵심 주관사의 내부 비위는 전체 시장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4년 불공정거래 통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감독당국에 통보된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는 12건으로, 당해 전체 공개매수 건수 26건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이는 공개매수 시장에서 불공정거래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엄중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회사 및 상장기업 임직원 등 정보의 우위를 지닌 내부자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철저히 적발해 엄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로 이어지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불공정거래를 "주가조작과 동일한 중대 범죄행위"로 명시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이승우 단장이 28일 NH투자증권 투자은행(IB) 부문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현장을 나서고 있다. 2025.10.28
이미지 확대보기1호 사건과의 연계, 강화되는 단속
이번 2호 사건은 앞서 적발된 1호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합동대응단은 지난달 1호 사건으로 종합병원, 대형학원 운영자 등 이른바 '슈퍼리치'들과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이 손잡은 1000억원 규모의 대형 주가조작단을 적발했다. 당시 강력한 대응으로 관련자들의 재산을 동결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제는 금융 전문가와 금융회사 임원급 인사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있다. 업무 특성상 미공개정보 이용의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시장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금융회사 및 사무대행사 관계자 등에 대해 점검과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적발 시에는 무관용 엄중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정부 ‘패가망신’ 정책 현실화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력하게 경고해온 "패가망신" 정책의 실행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불공정거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엄벌 의지를 강조해왔으며, 이는 구체적인 적발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1호 사건에 이은 2호 사건의 적발은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척결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체계적인 단속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 전문가이자 고위 임원이 자신의 정보 우위를 악용한 혐의가 드러난 것은, 어떤 신분이든 법을 위반하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정보의 우위에 있는 자"라는 표현으로 상징되는 자본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불공정을 단속하려는 결의로 풀이된다.
불공정거래는 단순한 개별 범죄가 아니다.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다. 합동대응단이 강조한 대로, 일반투자자들이 충분히 분석할 기회 없이 내부자들이 선착순으로 이득을 챙기는 시장이 되면 누구도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번 NH투자증권 사건은 금융 전문가도 이 규칙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시장감시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내부자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적발 시 엄중하게 처벌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유효할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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