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고민은 내년 연초 이후지만, 과거 대비 높아진 주가 변동성과 함께 증시 분위기도 지주회사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ROE 개선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밝혔다.
2025년 국내 증시는 정책에 울고 웃었다. 7월 국회를 통과한 상법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기업가치를 정상화하려는 취지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는 한편, 기업의 자율경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EB, PRS 등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편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태광산업, KCC 등은 EB 발행을 발표한 직후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에 직면해 계획을 철회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활동도 기업의 자발적 변화를 강제하는 요인이다. 과거 배당 확대 등 재무적 요구에 머물렀던 데서 벗어나, 지배구조 개편, 중복상장 및 물적분할 반대, 초과자본·비영업용자산 환원 가속 등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5년 들어 LG화학, KCC, 파마리서치, 코웨이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는 12월 결산 기업이 많아 연말~연초 주주총회 시즌을 전후로 행동주의 이슈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입법 모멘텀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행동주의 펀드 활동도 소강 상태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주회사에 대한 긍정적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신한투자증권의 분석이다.
우선 밸류업 프로그램, 주주행동주의, 상법 개정 등에 노출되며 지주회사 주식은 고베타(β)로 회귀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증시 분위기도 지주회사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 주력 상장 자회사보다 지주회사의 주가 탄력도가 높고 이른바 히든 밸류(Hidden Value)에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6년 지주회사 톱픽으로 SK를 선정했다. 계열사 중복사업 정리, 비핵심자산 매각 등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은 연구위원은 "그간 실적과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재무 건전성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향후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보유 자사주(25%) 소각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SK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24년 10조원을 넘어섰으나, 최근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완료, SKC의 SK엔펄스 흡수합병,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 결정 등을 거치며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SK실트론 지분 매각 논의도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보유 상장 자회사 지분가치 상승분을 반영해 SK의 목표주가를 기존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