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위 제약사 수준 R&D 투자
셀트리온의 미래 성장 동력의 첫 번째는 연구개발 투자 규모의 획기적 확대다. 서 회장은 "지금까지 해마다 6000억원을 R&D 비용으로 썼는데 내년부터 8000억원 정도를 쓴다"며 "내후년쯤 되면 R&D 비용이 1조원을 넘어갈 텐데, 이는 글로벌 상위 제약사 규모와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R&D 투자 확대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내에서 압도적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셀트리온의 R&D 비용은 4347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3929억원)를 앞섰고, 유한양행(2687억원)과 대웅제약(2346억원)과 비교했을 때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서 회장이 밝힌 연간 1조원이라는 투자가 실행된다면, 국내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과의 R&D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약 개발 중심 파이프라인 확보
R&D 투자 확대는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보로 직결된다. 셀트리온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총 13종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현재 ADC 후보물질 2종(CT-P70, CT-P71)은 임상 1상에 진입했으며, 다중항체 1종(CT-P72)과 ADC 1종(CT-P73)은 연내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본격적 체질 전환을 의미한다. 서정진 회장의 2030년 비전에 따르면, 셀트리온 그룹은 매출 12조원을 목표로 제품군을 2025년 11개에서 2030년 22개로 2배 이상 늘린다는 공격적 목표를 추진 중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 속도 높이기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셀트리온은 4~5년 전부터 본격화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신약 개발의 속도와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테크바이오 기업 포트레이와는 최대 1259억원 규모의 AI 기반 신약 탐색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포트레이 플랫폼을 활용해 신규 치료 표적을 발굴하고 최대 10종의 표적 독점권을 확보한다.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표적을 선별해 차세대 정밀 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미생물 생균 치료제 개발 기업 바이오미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공동 개발을 위한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러한 외부 협력을 통해 셀트리온은 다양한 치료 분야에서의 신약 개발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펀드 확대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을 밝혔다. 현재 5000억원 규모로 운영 중인 스타트업 펀드를 "정부 정책이 서면 1조원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유망한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셀트리온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기회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서 회장은 "5000억 규모로 스타트업 기업들과 하는 펀드가 있는데, 정부 정책이 서면 1조까지 규모를 키우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금액 확대를 넘어 국내 바이오 혁신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동시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서정진 회장은 한미 관계 개선과 관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국내외 동시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 측에는 일라이 릴리의 뉴저지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로 약 2조원을 투입하며, 국내에는 향후 3년간 인천 송도, 충청북도 오창, 충청남도 예산 등 세 지역에 총 4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진행한다.
서 회장은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미국에서 사용될 제품은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할 것"이며 "약 2조원이 드는 미국 생산거점도 인수했고, 연말 자금 집행까지 마무리해 마찰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지역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생산 시설 확충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서 회장은 "지방이 가장 어려운 게 지방 근무를 좋은 인력이 안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방정부와 어떻게 그 문제를 풀 건지도 같이 해가면서 대표적인 케이스를 만들어 대통령이 우려하시는 국내 투자, 지역 균형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규제 표준화 통한 임상 비용 절감
셀트리온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규제 환경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 회장은 "제약 쪽은 규제를 완화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진행 중인 임상 데이터 공유 체계에 한국도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 회장은 "미국과 유럽은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는 정책 추진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여기에 한국도 함께 들어가면 우리나라 많은 제약회사들의 임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제약 기업들의 임상 비용 부담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중심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항암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미래 성장 동력을 적극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경기 부양이나 투자 확대를 넘어 기업 구조 자체를 재정의하는 과정이다. 바이오시밀러라는 기존의 안정적 수익 사업에서 신약 개발이라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으로의 본격 전환은 향후 5~10년 국내 제약산업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