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2.03(수)

[심층분석] 정용진이 주문한 이마트 4950원 가격정책 ‘해부’

‘가격이 곧 브랜드’ 전략에 상품력 얹혀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안재후 CP

2025-12-03 15:23:52

이마트 내 진열된 4950원 화장품 브랜드 모습. 이마트

이마트 내 진열된 4950원 화장품 브랜드 모습. 이마트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이마트가 '4950원 화장품'의 성공을 발판으로 일상용품 전반으로 초저가 전략을 확대한다.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가격이 곧 브랜드'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을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시 정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3일 내년부터 샴푸, 세제, 제지 등 생활용품 전 카테고리에 이 가격 정책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8개월간 16만 5000개 판매 … 4950원 화장품의 성공 비결

이마트와 LG생활건강의 협업으로 탄생한 화장품 브랜드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는 올해 4월 출시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1탄 '탄력 광채' 라인을 시작으로 2탄 '수분 진정', 3탄 '영양 장벽'까지 연달아 선보일 만큼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특히 1탄의 '콜라겐 바쿠치올 탄력광채 아이앰플'은 마사지가 가능한 어플리케이터를 장착한 고기능 제품임에도 4950원이라는 파격가로 책정되어 첫 히트작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마트에서 보기 드문 수준의 기능성을 저가격대에 구현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은 것이다. 누적 판매량 16만 5000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저가=저품질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깨뜨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역설계 방식으로 가성비 극대화 … 단순함이 경쟁력

이마트의 4950원 전략이 성공한 핵심은 제품 개발 방식의 혁신에 있다. 일반적인 제조업체들이 원가를 계산한 뒤 판매 가격을 정하는 순방향 구조를 택하는 반면, 이마트는 먼저 가격을 정하고 그에 맞춰 상품을 개발하는 역설계 방식을 채택했다.

이러한 접근은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 복잡한 포장재, 과도한 제품 다양성을 모두 제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마트 화장품 바이어는 "'4950원'이라는 가격이 스킨케어 브랜드 기준에서 매우 저렴하지만, 성분은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단일가 정책도 마찬가지다. 다이소 등 경쟁업체들이 1000원부터 5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운영하는 반면, 이마트는 모든 화장품을 4950원으로 통일함으로써 고객의 선택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신뢰성 있는 파트너십 … 제조사 신뢰도가 가격 신뢰도를 결정

대기업 제조업체와의 협력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단순 저가 이미지의 화장품이 아닌 LG생활건강 같은 대형 뷰티 기업이 제조하는 제품이라는 신뢰감이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초화장품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성인 여성을 주요 타겟으로 삼으며, 2~3개월 사용 분량을 기본 용량으로 설정한 점도 신뢰성을 강화했다.
이마트는 이러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매달 1~2개씩 새로운 브랜드를 연달아 출시할 수 있었다. 이미 10여개 브랜드가 4950원 라인업에 포함되었으며, '허브에이드', '원씽', '다나한' 등 피부 고민별로 세분화된 브랜드들은 각각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진출로 입증된 상품력 … K뷰티 중소기업 수출 길 열다

이마트의 4950원 화장품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도 진출했다. 올해 7월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1탄 8종을 몽골의 이마트 5개 매장과 라오스의 노브랜드 전문점 3곳으로 수출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상품 판매의 의미를 넘어 K뷰티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업계 전반의 상생을 도모하려는 이마트의 의도를 보여준다.

2026년부터 생활용품 전 영역 확대 … '가성비 플랫폼'으로 진화

이마트의 야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26년부터 4950원 전략을 일상용품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성비 중심의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가격의 우수 상품을 제공하는 '가성비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1월 첫 확장 카테고리는 헤어케어와 여성용품이다. 대표 상품으로는 이마트 단독 '닥터그루트 탈모+두피 토탈케어 라인 샴푸·컨디셔너 세트'와 '그래비티 엑스트라 스트롱 샴푸'가 준비 중이다. 국내 생리대 대표업체 유한킴벌리의 프리미엄 라인 '좋은느낌 에어리 입는 오버나이트(대형/4P)'도 이마트 전용상품으로 개발되어 상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고객 접근성 강화 … 매장 내 전용 존 확대

이마트는 단순히 제품 다양화에만 그치지 않고 매장 환경 개선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고객들이 4950원 화장품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매일의 피부관리, 4950원 뷰티샵'이라는 전용 인테리어 집기를 개발해 용산점에 도입했다. 앞으로 은평점, 왕십리점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매장 디스플레이 개선을 넘어, 고객에게 '4950원은 이마트의 가성비 대표 브랜드'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물리적 공간에서의 시각적 브랜딩이 곧 심리적 신뢰도로 연결되는 소비자 행동을 고려한 것이다.

대형마트 가격 경쟁의 새로운 기준 제시

이마트의 4950원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저가상품을 출시했다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라는 명확한 '가치'를 브랜드화하고, 그 가격대에서 최대한의 상품력을 제공함으로써 대형마트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 방식 자체를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정용진 회장이 강조한 '상식을 벗어나는 가격 파괴'가 4950원이라는 명확한 형태로 구현된 것이다. 이마트 일상용품 담당 임원은 "'4950원'은 이제 단순한 가격 정보가 아니라 이마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할인율이나 프로모션 같은 일시적 가격 전략이 아닌, 항구적인 가격 정책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가격과 품질의 패러독스 해결 … 소비자 신뢰의 새로운 지평

이마트의 4950원 전략은 그동안 유통업계가 풀지 못했던 숙제를 풀어내는 시도다. 저가격과 고품질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예'로 답변한 것이다. 올해 4월부터 8개월간 16만 5000개 이상의 판매 실적이 그 답증인이다.

내년 시작되는 생활용품 전 영역으로의 확대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이마트가 '가성비'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유통시장에서의 차별화된 지위를 구축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헤어케어, 세제, 제지류 등 필수 생활용품이 모두 4950원대에서 구매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의 매장 선택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마트의 도전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한국 유통 시장의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경쟁사들의 대응 전략과 시장 반응을 주시하는 것도 의미 있는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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