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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창업회장 검찰고발 … DB손보 지배구조 흔드나?

행동주의 펀드 압박 속 위기감 고조 … 3월 주총 ‘촉각’

성기환 CP

2026-02-12 09:37:18

DB손해보험 본사 사옥. [사진=DB손보]

DB손해보험 본사 사옥. [사진=DB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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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동곡사회복지재단 및 산하 15개 회사의 공시 누락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DB그룹의 지배구조가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최소 2010년부터 김준기 창업회장이 이들 재단회사를 조직적으로 동원해 지배력과 사익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6년부터는 이들 회사를 관리하는 전담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인 지배력 행사에 나섰다.

재단회사란 사회복지재단이 소유한 회사들로, 공식적으로는 'DB 계열사'가 아닌 것처럼 위장하면서 실제로는 창업회장이 통제해온 회사들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위장계열사들이 경영권 방어의 도구로 활용됐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DB하이텍은 DB 비금융계열사 중 재무 규모가 가장 크지만 창업회장 측 지분율이 23.9%(자사주 제외)에 불과해 경영권 공격에 취약했다.
재단회사들은 DB손보의 자회사인 DB캐피탈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불필요한 부동산을 DB하이텍으로부터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재단회사 빌텍은 창업회장에게 220억원을 대여한 뒤 이를 상환받고, 다시 동일한 금액으로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했다. 공정위는 이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지배력 유지를 위한 고의적 행위"로 판단했다.

이번 고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지분율이 0%라도 총수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미친다면 계열사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공정위가 처음 입증했다는데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DB손보와 같은 상장 금융회사가 비공식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자산이 유출되어 왔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DB그룹의 지배구조 전체가 투명하지 않으며, DB손보의 투명성 부족이 그룹 차원의 의도적 은폐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DB손보 저평가 근원, 지분 15%의 총수가 만든 거버넌스 왜곡

DB손보는 국내 손해보험사 중 2024년 당기순이익 기준 2위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5.4배에 불과하다. 메리츠금융지주(10.6배), 삼성화재(10.6배), 해외 주요 보험사(14.1배)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조정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4배로 업계 평균 0.88배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저평가는 단순한 시장의 판단이 아니라 불투명한 거버넌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B손보는 DB그룹 금융부문의 핵심이지만, 지분 구조는 매우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의 DB손보 직접 지분율은 15% 수준이지만, 위장계열사들과 DB Inc.(지분율 약 52%)를 통한 간접 경로를 포함하면 실질적 지배력은 훨씬 크다. 공정위는 '지분 구조와 실질 지배력의 괴리' 부분을 지적했다.

2018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DB그룹 금융계열사(특히 DB손보)가 DB Inc.와 DB FIS에 지급한 누적 내부거래 대금은 6,020억원에 달한다. DB FIS와의 내부거래는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체결됐으며, DB FIS의 영업이익률은 약 30%로 다른 SI기업의 평균인 3.8%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상표권 사용료도 마찬가지다. 2020년 그룹 전체 상표권 사용료의 78%를 지급해 경영유의 처분을 받은 DB손보는 2021년 DB생명과 합해 상표권 사용료의 88%를 부담했다.

이에 시장과 투자자들이 DB손보를 저평가하는 이유는 위장계열사 시스템으로 인해 DB손보의 진정한 지배구조와 자산 흐름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와 정부 정책의 동시 압박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025년 1월부터 DB손보에 투자해 지분 약 1.9%를 보유하고 있다. 이창환 대표는 지난 6일 공개주주서한에서 "DB손보는 국내 2위의 손해보험사이지만 비효율적인 자본배치, 업계 최저 수준의 주주환원, 지배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거버넌스로 인해 저평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정상화를 위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얼라인은 오는 3월 제59기 정기주주총회에 내부거래위원회 재설치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2인 선임을 주주제안했다. 특히 내부거래위원회 재설치는 상징적이다. 이 위원회는 2014년 설치됐다가 2019년 폐지됐는데, 당시 이유는 "내부거래가 투명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창업회장 고발로 드러난 위장계열사 시스템은 그 판단이 완전히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주목할 점은 이재명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정책이다. 2024년 상법 개정으로 대규모 상장사(자산 2조 이상)의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가 의무화됐으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했다.

DB손보는 자산 24조원으로 이 법규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다. 이에 이사회는 경영 의사결정(배당, 내부거래 등) 시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비례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주주로부터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을 당할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의 강화된 규제 기조, 2024년 상법 개정, 그리고 얼라인파트너스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이번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검찰 고발은 이재명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는 평가다.

배당 확대는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한다

DB손보는 지난 4일 2025년 결산 주당배당금(DPS)을 전년 대비 11.8% 인상한 7천6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보험업계가 저성장과 손해율 상승으로 손익이 감소했는데도 배당을 확대한 것은 자본건전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K-ICS 비율도 203%로 감독당국 권고 수준 130%를 크게 웃도는 상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배당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DB손보는 오는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3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창업회장의 직접 지분율이 15%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자산이 계속 유출되는 상황에서 배당 정책 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위장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가 투명해지지 않는 한, DB손보의 진정한 수익성을 평가할 수 없으므로 배당 정책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창업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DB그룹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현재도 DB그룹의 실질적 동일인을 창업회장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취임한 김남호 명예회장이 지난해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수광 전 DB손보 사장이 DB그룹 회장을 맡은 후에도 창업회장의 실질적 영향력은 여전해 보인다. 이수광 회장은 1944년생으로 창업회장과 같은 세대이며, 1979년부터 약 40년간 창업회장과 함께 동고동락한 인물이다.

3월 주주총회, DB손보 지배구조 개편 분수령

금융권에서는 3월 정기주주총회가 DB손보 지배구조의 방향성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이 통과되고 검찰의 수사 결과가 명확하다면, 창업회장 주도의 왜곡된 거버넌스를 견제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이 선임되고 내부거래위원회가 재설치되면, 위장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규모가 투명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구조적 개혁이 추진된다면 DB손보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김준기 창업회장의 검찰 고발 건은 '총수 중심 지배구조'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국내 기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이 얼마나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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