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수술 후 회복기에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수술 후 발생하는 위장장애 증상과 배변습관이 개선되고, 장내 유익균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5월3일(금),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개최된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홍삼을 섭취하면 식품 알레르기를 개선하고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며,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Rc 성분이 근육 감소를 개선하는 기전에 대한 연구발표 등이 이어졌다.
암환자, 홍삼 섭취 시 수술 후 위장장애 증상 및 삶의 질 개선, 장내 유익균도 증가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권인규 교수팀은 소화기암환자가 암수술 후 홍삼을 섭취하면 위장기관 장애 및 배변습관을 개선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점을 규명했다. 또한 장내 유익균이 증가하는 점을 확인해 홍삼의 프리바이오틱스 기능에 대한 효과도 밝혔다.
위암이나 췌장암 등의 소화기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소화기관 조직 절제수술을 받기 때문에 수술 이후에 위장관 구조와 기능이 변한다. 이로 인해 가스배출 및 배변습관이 변하거나, 위나 대장 축소로 인한 장내 미생물의 변화, 근육량 감소, 빈혈 등의 후유증을 경험한다. 특히 가스배출이나 배변이 너무 빈번하고 냄새가 지독해 일상생활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권인규 교수팀은 소화기암환자의 암 수술 후 홍삼복용의 안전성 및 수술 후 증상완화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소화기암 환자 60명(위암 40명, 췌장암 2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홍삼섭취군과 대조군(위약섭취군)으로 나누고, 수술 후 1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수술 후 3개월이 되는 시점까지 2개월간 홍삼과 위약을 각각 매일 2g씩 섭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유럽암연구치료기구가 개발한 암환자의 삶의 질 측정지표(EORTC-QLQ-C30)를 통한 위장기관 장애 개선 정도 측정, 배변습관에 대한 설문조사, 영양학적 지표, 장내미생물 등에 대해 수술 후 1개월과 수술 후 3개월 시점에 측정했다. 그 결과, 배변습관 중 하루에 배출되는 가스 횟수는 대조군에서 11.8회, 홍삼섭취군에서는 6.7회로 대조군 보다 홍삼섭취군에서 43% 개선되었다. 삶의 질 설문에서는 대조군에서는 수술 후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15% 가량 감소하는 반면 홍삼섭취군에서는 만족도가 수술 전과 비슷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유산균(lactobacillus)와 아커만시아(Akkemansia)의 비중이 대조군은 각각 12.3%, 0.63%인 반면, 홍삼섭취군에서는 각각 23.9%, 1.47%로 대조군 대비 홍삼섭취군에서 두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권인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홍삼이 소화기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수술 후 위장기관 장애 증상 및 불편한 배변습관을 개선시킨 것은 물론 장내 유익균 수치까지 증가시킨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암환자 대상 연구 진행과정 중 이상반응이 없으면서도 증상은 효과적으로 개선함에 따라 홍삼이 암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수술 환자의 경우에도 안전한 보조치료제로 섭취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홍삼추출물 섭취 시, 장내 유익균 및 알레르기 억제하는 세포 증가시켜 알레르기 억제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권재열 교수팀은 식품알레르기 동물모델에서 홍삼추출물을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군집에 영향을 미치고, 알레르기를 억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알레르기가 발병하면, 알레르기의 마지막 단계에 작용하는 히스타민 분비 억제, 알레르기에 의한 염증반응 억제 등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 및 항히스타민제 약물들은 알레르기 증상 치료효과가 있기는 하나, 장기복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제를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치료제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왔다.
홍삼은 기존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알레르기 비염 동물모델에서 항염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었다.
권재열 교수팀은 홍삼을 이용한 식품알레르기 개선 및 치료에 대한 효능을 검증하고 그 기전을 밝히기 위해, 식품알레르기를 유발한 동물 모델 57마리를 대상으로 홍삼섭취군과 대조군으로 나누고, 알레르기 유발 전 1주일은 매일, 알레르기 유발 후 8주 동안은 격일로 각각 홍삼추출물 (300mg/kg)과 식염수를 경구 복용시킨 후 면역세포의 변화를 통한 면역기능 확인 및 장내 미생물군집(마이크로바이옴) 변화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홍삼추출물 섭취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아커만시아(Akkemansia)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식품 알레르기 발생 및 억제에는 장 면역세포들의 분포 및 빈도(전체 세포들 중 차지하는 비중) 변화가 깊이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식품알레르기가 유도된 대조군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는 2형 수지상세포(cDC2) 빈도가 장림프절에서 4.5배 이상 증가되었으나, 홍삼추출물 섭취군에서는 알레르기반응을 유도하는 2형 수지상세포(cDC2)의 빈도가 정상으로 회복된 반면, 항알레르기 반응을 유도하는 1형 수지상세포군(cDC1)의 빈도가 10 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되었다.
권재열 교수는 “홍삼을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의 비중을 증가시켜 장면역을 높이는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세포는 증가시키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세포는 정상수준으로 회복시켜 알레르기를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면서, “향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알레르기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Rc 성분, 근감소 개선에 효과 기전 규명
충남대학교 약학대학 박상민 교수팀은 진세노사이드Rc가 여러 조건에서 유발되는 근육세포의 근감소 개선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작용기전을 규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노년층에 나타나는 근육의 감소(근감소)를 노화의 현상이 아닌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여, 근감소증이라는 명칭으로 질병코드를 부여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21년 근감소증에 진단 코드를 부여하면서 정식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근감소증은 근육의 양, 근력, 근 기능이 모두 감소하는 질환으로, 부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장기간 신체활동 부족, 노화, 산화스트레스, 영양 부족, 유전 및 특정 의학적 상태, 약물 등으로 인해 유발된다. 근감소는 나이가 들면서 급격하게 진행되는데, 60대부터 매년 3% 정도 저하돼 80대가 되면 30대의 절반 정도만 남는다.
근육은 뼈와 관절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는데, 근육이 감소하면 골격계가 받는 압박이 커져 관절 통증이 심해지고, 안정성이 줄어들면서 낙상과 골절의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당뇨혈압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며 근육으로 구성된 소화기관 연하 장애까지 발생하는 등 2차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암환자 다수에서 발생하는 근감소질환인 암성 악액질(cancer cachexia)는 환자의 삶의 질을 낮추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암환자 사망원인의 20~40%를 차지할 정도로 생존률 감소와 크게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태까지 근감소 억제를 위한 전문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근 감소는 근육세포 내 산화스트레스 증가와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미토콘드리아(세포 안에 있는 세포 호흡을 담당하는 세포 소기관으로, 에너지를 내는 발전소 역할을 함) 생합성 감소로 인해 근육 분해와 근기능 약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삼은 기존 연구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생합성을 증가시키고 분화촉진 등을 통해 근 기능 향상에 기여한다고 밝혀진 바 있다. 특히 진세노사이드 Gg3, Rg1, Rb1, Rb2, Rh2, Rd 등은 근육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며, 특히 Rg3는 골격근에서 근세포 스스로 미토콘드리아 수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고 근섬유 형성을 증가시켜 종양괴사인사(TNF-α)로부터 유도되는 근 위축을 억제하며, Rg1은 근세포의 생존력을 높여주고, 근 위축을 유도하는 단백질인 MAFbx, MuRF1의 발현을 억제해 근 위축을 억제하며, Rb1과 Rh2는 근섬유의 성장을 돕고, 근육 단백질 생성시 활성화되는 신호전달체계를 통해 근육세포를 분화 및 증식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상민 교수팀은 한국한의학연구원 김노수, 김애영, 박무순, 차성원 박사, 부산대학교 이해승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진세노사이드Rc가 근감소 개선에 도움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산화스트레스 및 당질 코르티코이드에 의한 근육 손상 세포주 모델을 분석했고, 홍삼의 진세노사이드Rc를 처리한 그룹이 산화스트레스에 의해 증가하는 유해 활성산소(ROS)를 억제하고, 미토콘드리아 생합성과 관련된 주요인자인 PGC1-α를 활성하고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키며, 근육세포 내 ATP(세포에 에너지 공급원) 합성이 증가되어 근감소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홍삼의 근손상 개선 효과는 동물모델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근육손상 동물 모델에서 진세노사이드Rc를 처리한 그룹이 근력과 운동 능력이 근육손상 없었던 대조군 수준으로 완벽히 회복됨을 확인했다. 이는 진세노사이드Rc가 근육 재생 장애와 근육 단백질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변형 성장 인자(TGF-β : 세포 성장, 분화, 이동, 세포외 기질 생성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기능 사이토카인) 신호전달 경로와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를 억제해 미토콘드리아 손상, 근육세포 성장 억제, 근섬유 분해를 완화시켜 근기능 감소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민 교수는 “그동안 홍삼의 다양한 성분이 근감소를 억제하고 근육세포를 분화 및 증식시켜 근육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는 많았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에 밝혀지지 않았던 홍삼의 진세노사이드Rc 성분이 근육세포 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미토콘드리아 생합성과 관련된 주요인자를 활성화하고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킴으로써 근육세포 내 단백질 합성이 증가돼 근감소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라며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근감소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성수 글로벌에픽 기자 hss@globalep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