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글로벌 석유 시장이 2020년대 말에 가서는 공급 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에너지 소비국이 참여하는 IEA는 12일(현지시간) 내놓은 중기 석유 시장 보고서 '석유 2024'(Oil 2024)에서 이같이 내다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청정에너지 확대 등으로 수요는 감소하나 충분한 공급으로 인해 석유 여유분이 수년 내 코로나19 팬데믹 때나 볼 수 있었던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는 아시아 경제, 특히 인도와 중국의 강한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2029년에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그다음 해인 2030년부터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도입이 탄력을 받으면서 감소하기 시작해 수요가 하루 1억54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하루 석유 수요는 1억200만 배럴 수준이다.
반면, 석유 생산 규모는 미국을 포함한 미주지역 공급업체들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하루 약 1억1천38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하루 수요도 2023년 약 4천570만 배럴에서 2030년 4천270만 배럴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석유 수요가 이렇게 적었던 마지막 시기는 1991년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팬데믹 이후 반등이 기세를 잃고, 청정에너지 전환이 진전되고, 중국 경제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가 둔화하면서 2030년까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IEA는 단기적으로 올해와 내년의 세계 수요 증가 예측치도 축소했다.
올해 석유 수요 증가분 예측치는 이전 추정치인 하루 110만 배럴에서 96만 배럴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약한 수요로 지난 3월 세계 수요도 소폭 축소된 바 있다.
내년도 증가분도 이전의 하루 120만 배럴에서 하루 100만 배럴로 줄었다.
이에 따라 하루 평균 총수요는 올해 1억320만 배럴, 내년에는 1억42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반해 총공급량은 올해는 1억290만 배럴, 내년에는 1억470만 배럴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이전 추정치인 각각 1억270만 배럴, 1억450만 배럴보다 약간 많다.
이런 IEA의 단기 전망은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예측과는 대조적이다.
전날 OPEC은 올해 하루 220만 배럴, 내년 180만 배럴의 세계 석유 수요 증가를 예측한 바 있다.
EIA도 월간 에너지 전망에서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존 전망치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봤다.
한편, OPEC과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OPEC 플러스(OPEC+)의 시장 점유율은 자발적인 생산량 감축으로 올해 48.5%로 떨어졌고, 이는 OPEC 플러스가 2016년 결성된 이래 가장 낮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서 화석연료 점유율도 수십 년 동안 약 80%로 유지돼왔지만, 2030년까지는 이 비율이 약 73%로 떨어질 전망이다. / 연합뉴스
[안재후 글로벌에픽 기자/anjaeh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