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상대방의 행태는 다양하다.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지급을 거부하거나, 일용직·프리랜서 등 소득이 불규칙하다는 점을 악용해 지급 회피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일부는 직장 정보를 숨기거나 급여를 차명으로 돌리는 등 은닉행위까지 시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양육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양육비 채권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는 우선 가사소송법 제63조에 따른 ‘양육비 이행명령’ 신청이 가능하다. 이행명령은 법원의 확정 판결 또는 이혼 시 양육비 지급 의무가 명시된 조정·화해·인낙조서 등에 근거하여 청구할 수 있으며,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된 기간 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가사소송법 제67조에 따라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과태료 부과에도 불구하고 채무 불이행 상태가 계속될 경우, 법원은 가사소송법 제68조에 의거하여 ‘감치명령’(최대 30일의 구치소 유치)을 선고할 수 있으며, 이는 실질적인 심리적·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2020년 개정된 관련 시행령에 따라 행정처분과 연계된 제재조치도 가능해졌으며, 대표적으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신상정보 공개 등이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시간이 지나면 포기하게 되겠지”라는 상대방의 기대 속에서 지급이 지연되고, 법적 절차 진행을 두려워하거나 지친 양육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이며, 이는 부모 간의 갈등을 넘어 아이의 삶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다.
여울 여성특화센터 장예준 변호사는 “양육비는 부모 간의 채무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생존과 성장에 관한 책임입니다. 상대방이 이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면, 반드시 법적 절차를 통해 압박하고 보호받아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누군가는 더는 부탁하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양육비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양육자와 아이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은 작아 보일 수 있는 법적 대응이, 결국 ‘당연한 권리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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