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세계적 미술기관 루브르 박물관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조차 디지털화 전략을 실험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 미술계 역시 지금이야말로 ‘따라가기’를 넘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절호의 시점이다. 특히 미술관 중심의 한국형 STO 모델 구축은 한국 미술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최근 소장품 일부를 디지털 NFT 형태로 발행하고, 제한된 에디션으로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했다. 이는 단순한 디지털 파일 판매가 아니라, 루브르가 ‘공식 인증한’ 디지털 자산으로서 작품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소유자에게는 특별 관람권, 연구 자료 접근권 등 실질적 혜택도 제공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역시 자체 NFT 발행 대신, 작품을 디지털 자산화하여 STO와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를 넘어, 작품의 역사성과 미술사적 의미, 소장 기록까지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공공적 미술 기록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한국 미술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NFT 발행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신뢰 기반 STO 모델 구축이 절실하다. 한국 미술계는 작품을 토큰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공공기관을 통한 검증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 방안은 분명하다. 첫째, 미술관-작가-플랫폼 삼각 구조 기반 STO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공 미술관이 작품 검증과 신뢰 인증 역할을 맡고, 작가는 작품을 디지털화해 STO에 등록하며, 플랫폼은 이를 블록체인에 발행하고 투자 관리를 담당하는 구조다. 국립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 등 공공기관이 인증한 작품만 STO 토큰 발행 자격을 얻도록 하면, 기본적인 작품 신뢰성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작품 신뢰 인증을 스마트 컨트랙트에 내장해야 한다. 소유권 정보뿐 아니라 전시 이력, 비평 이력, 작가 프로필 등을 블록체인 코드에 기록해 영구 보존함으로써 디지털상에서도 작품의 역사성과 가치가 변질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복제물을 사고파는 시장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디지털 미술관’으로서 미술품의 공공성과 진정성을 지키는 혁신적 시스템이 될 것이다.
셋째, 공공 STO 플랫폼을 설립해야 한다. 민간 플랫폼 의존만으로는 작품의 신뢰성과 시장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예술가협회 등이 공동 참여하는 공공 STO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이 플랫폼은 공공기관 미술관 개인전 인증을 받은 작가 작품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며, 작품별 신뢰 지수, 소유권 변동 이력, 가치 평가 리포트 등을 투자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한국 미술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미술은 기술과 공공성의 이중 요구에 직면해 있다. 루브르와 MoMA의 실험은 빠르게 디지털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공공적 신뢰를 디지털로 확장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미술계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단기적 유행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공공적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선택을 미루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도움말 : 금보성, 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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