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5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2% 급증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이는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1251억 원을 27% 이상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며, 2017년 1분기(1676억 원) 이후 8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과 순이익도 7조 2189억 원, 83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 184.6% 증가했다.
특히 이마트 본업인 할인점 부문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 6258억 원, 133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43.1% 늘었다. 별도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이 같은 성과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는 가운데, 이마트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이 시장의 흐름과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정용진 회장 취임 후 4분기 연속 개선세
지난해 연간으로는 471억 원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940억 원 개선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통상임금 비용을 빼면 실질적으로는 3072억 원이 늘어난 2603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정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혁신 경영에 몰입한 성과가 실적으로 가시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 3월 임직원들에게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그의 경영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일수록 기본기에 충실하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합 매입-공간 혁신-트레이더스 확장' 삼각 전략
정 회장이 강조해온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됐다. 첫째, 통합 매입 체계 구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이마트 에브리데이(기업형 슈퍼마켓)를 합병하고 이마트24(편의점)까지 포함한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해 원가 절감과 상품 경쟁력 개선 효과를 거뒀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확보한 가격 경쟁력을 '가격파격 선언', '고래잇 페스타' 등 대형 프로모션에 활용해 고객 유입을 늘렸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고객 유입을 늘리고 이를 수익성으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생필품을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매장 방문객 증가로 이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전략이 실질적인 고객 확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매장 리뉴얼 전략은 단순히 외관 변화가 아닌 쇼핑 경험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마켓 본연의 경쟁력인 식료품을 강조한 공간 구성으로 차별화를 꾀했고, 이를 통해 1분기 할인점 고객 수는 2% 이상, 트레이더스는 3%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다양한 신선식품과 차별화된 상품 구성, 편의성을 높인 매장 동선 등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셋째, 고물가 시대에 맞춘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의 확장이다. 대량 패키지와 저단가 전략을 내세운 트레이더스는 1분기 영업이익 4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9% 증가했다. 특히 지난 2월 문을 연 마곡점은 개점 3일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전국 23개 트레이더스 점포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트레이더스는 대형 패키지 상품과 벌크 판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공략했다. 또한 유명 브랜드 상품을 타 유통업체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오는 9월 인천구월점을 추가 개점하는 등 확장을 계속할 예정이다.
자회사 성장세와 이커머스 적자 확대의 명암
주요 자회사 실적도 개선됐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는 멤버십 기반 고객 확대와 프리미엄 매장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프리미엄 커피 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꾸준한 매출 성장을 달성했으며, 멤버십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이 주효했다.
신세계푸드는 원가 절감과 비용 효율화로 수익성을 높였다. 식자재 공급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외식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마트24도 '노브랜드' 연계 매장 확대와 점포 효율화 전략을 통해 3개 분기 연속 실적 증가를 이어갔다. 차별화된 상품 구성과 편의점 시장 내 독자적인 포지셔닝이 성장 동력이 됐다.
그러나 SSG닷컴, 지마켓 등 이커머스 부문은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SSG닷컴의 1분기 순매출은 35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적자 폭이 42억 원 늘어나 181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배송 서비스와 물류센터 운영 확대 등으로 일시적 비용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G마켓도 순매출(2006억 원)은 21.4% 감소하고 영업손실(-121억 원)은 36억 원 늘었다. 이커머스 부문의 적자 확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장 점유율 확보와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비용이 증가한 결과로, 향후 이마트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24시간 회장님'...정용진의 변화된 경영 스타일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도 취임 전후로 확연히 달라졌다. 평소 즐기던 SNS 활동과 골프 등을 모두 중단하고 오전 9시 출근, 오후 8~9시 퇴근하는 일정을 소화하며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겼다. 집무실을 지키는 날이 부쩍 늘었고, 임직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철저한 신상필벌에 기반한 고강도 인적 쇄신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실적이 부진한 아픈 손가락인 건설과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들을 교체하는 등 리더십 쇄신도 꾀했다.
지난 2월에는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약 2251억 원)를 매입하며 책임 경영 의지를 강화했다. 증여 대신 약 15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매수 방식을 택함으로써 대내외에 책임 경영 의지를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가와의 밀착...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한 민간외교
정 회장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한 '민간외교'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소통하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주니어를 한국으로 초청해 재계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국내 재계 총수들 간의 릴레이 면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한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가 미국 정부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내 재계 총수들이 미국 정부 실세를 만날 기회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는 정 회장이 기업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국내 재계와 미국 정부 간의 가교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이러한 글로벌 소통 역량이 신세계그룹의 비전 수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혁신에 더욱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모색과 함께 불확실한 국제 경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이어지는 혁신 전략... 통합 매입·물류로 시너지 확대
이마트는 올해도 통합 매입·혁신 매장 확대를 골자로 한 혁신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달부터는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간 매입·물류 통합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에브리데이 경산물류센터의 상온구역(가공식품·생활용품·가전·패션 등)을 이마트 대구물류센터로 통합 중이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강화도 지속한다. 수도권 핵심 상권에만 3개의 신규 점포를 내며 외형 성장 궤도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2020년 이후 집중했던 점포 효율화의 성과가 바탕이 된 것이다. 9월에는 트레이더스 인천구월점도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마트는 지난 3년간 구조조정과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했다"며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사업 통합에 따른 시너지와 본업 경쟁력 강화 효과가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지난 3년간 구조조정과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했다"며 "올해부터는 오프라인 사업 통합에 따른 시너지와 본업 경쟁력 강화 효과가 본격적인 실적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지속적인 혁신과 쇄신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격, 상품, 공간 혁신을 통해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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