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8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 지원 및 3천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 관련 2심 선고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전날 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2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재계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박 전 회장의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심리를 받게 됐다.
논란의 중심은 1심과 2심 판결의 극명한 차이에 있다. 지난 18일 서울고법 형사2부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그것도 형량이 대폭 줄어든 파격적 감형이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그룹 경영전략실 전 실장과 상무 등 전직 임원 3명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 역시 1심에서는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던 터라 2심에서의 관대한 판결이 더욱 부각됐다.
박 전 회장은 경영권 회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주식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지원하려 한 혐의 등으로 2021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한국 재계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사건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구체적 혐의 내용을 보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12월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4곳의 자금 3천300억원을 인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에 사용한 것으로 기소됐다. 또한 이듬해 4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호그룹이 겪은 경영난과 박 전 회장의 경영권 회복 시도가 있다. 당시 금호그룹은 막대한 부채로 인해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박 전 회장은 경영권을 잃게 됐다. 이후 경영권 회복을 위한 과정에서 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이런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박 전 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같은 사실관계에 대해 전혀 다른 법적 판단을 내렸다. 특히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사용이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검찰의 상고는 이런 2심 판결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이 무죄로 판단된 점과 집행유예 선고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결과는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례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재계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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