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5.10.31(금)

[심층분석] 박리다매 다이소, 9% 영업이익률 비결은

이마트(0.16%) 쿠팡(1.46%)과 천지차이 … 판매가격 정한 후 발주, 가성비로 승부

안재후 CP

2025-10-31 10:43:17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경기 침체의 외풍을 타지 않고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다이소의 모기업인 아성다이소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매출은 3조 9,6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7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8%나 급증했다. 1,000원, 3,000원, 5,000원 수준의 저가 상품만 판매하면서 달성한 9.35% 수준의 영업이익률은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는 같은 가성비 유통을 내세우는 쿠팡의 1.46% 영업이익률과 이마트의 0.16% 영업이익률과 비교할 때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2001년 당시 204억 원의 매출에 불과했던 다이소가 23년 만에 4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달성하게 된 것은 단순히 '싸게 판다'는 차원을 넘어선 철저한 경영 전략의 결과다.

박리다매에서 가성비로의 진화
다이소의 성공 비결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기본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1,000원짜리 상품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연간 약 40억 개의 상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1개당 약 90원의 순이익을 남긴다. 단순 산술로만 봐도 이는 월 매출 원가가 620원 수준이라는 의미인데, 이 낮은 원가율을 어떻게 달성하는가가 다이소의 핵심 경쟁력이다.

다이소는 단순히 기존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파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종 판매 가격을 1,000원으로 미리 정한 후, 전 세계 제조사들을 찾아 대량 발주를 통해 이 가격대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게 하는 역발상의 전략을 펼친다. 불필요한 디자인과 브랜딩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오직 기본 기능과 품질에만 집중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이소는 '싸구려'가 아닌 '가성비'의 개념으로 자리잡았으며, 노브랜드 열풍과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

광고비 지출만 해도 다이소의 효율성이 드러난다. 연간 약 40억 원의 광고비만 사용하는데, 이는 매출액의 단 0.1% 수준이다. 쿠팡이 매출의 2~3%를 광고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저수준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다이소라는 브랜드 자체가 이미 '가성비의 대명사'로 충분히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류 혁신과 유통 효율성의 극대화

다이소의 또 다른 비결은 물류 시스템의 자동화와 자체 유통망의 구축이다. 같은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는 올리브영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올리브영의 물류비는 연 2,800억 원 수준인 반면, 다이소는 500억~6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중간 유통단계를 최소화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달성한 성과다.

임차료 관리 측면에서도 다이소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올리브영과 유사한 규모의 1,520여 개 매장을 보유하면서도, 임차 권리금 지출이 올리브영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이소가 목 좋은 상권은 물론 골목 상권까지 입점 전략을 정교하게 펼치는 한편, 임차료 협상에 있어서도 강력한 교섭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아낀 비용들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돌아간다.


건물주가 선호하는 구원투수

경기 불황의 시대에 다이소는 건물주들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월 매출의 10%를 임대료로 납부하는 변동금 구조인 반면, 다이소는 안정적인 고정월세를 지급한다. 내수 경기가 침체된 시대에는 매달 꾸준히 월세를 내는 임차인이 가장 가치 있다.

다이소는 경기 변동에도 덜 민감하며, 오히려 경기 불황에서 더욱 강한 실적을 올린다. 문구, 생활용품, 캠핑용품,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면서 건물 전체의 상권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건물주 입장에서 불황 속 최고의 임차인이 되게 만들었다.

일본계 오명 벗고 완전 토종화 성공

다이소의 역사는 한국적 창의성과 일본의 비즈니스 모델이 만나 이룬 성과의 흐름이다. 1997년 창업주 박정부 회장이 아스코 이븐프라자로 시작한 이 사업은, 1997년 IMF 위기 때 1,000원 상품이라는 모토가 소비자들의 강력한 호응을 얻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1년 100만 호점을 돌파하면서 일본의 다이소산교로부터 약 38억 원을 투자받아 현재의 다이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하지만 일본 자본의 지분이 34%에 달하면서 다이소는 오랫동안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로 인한 불매운동 위협까지 받아야 했다. 2023년 이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했다. 아성다이소는 회사 내부에 축적된 현금 약 5,300억 원을 활용해 다이소산교가 보유한 34.21% 지분을 인수했다.

이 과정은 기업 경영권 분석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사례다. 34%의 지분은 표면상 과반 이하처럼 보이지만, 주주총회 특별 결의에 필요한 2/3 이상의 동의에서 1/3을 초과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최대주주인 아성 HMP도 일본 다이소산교의 협조 없이는 회사 주요 사항을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다이소는 일본계 논란을 완벽하게 종식시키고 진정한 한국 기업으로 거듭났다.

상품 포트폴리오 확장과 뷰티 열풍

다이소의 매출 급증을 주도한 것은 전통적인 생활용품을 넘어선 상품군 확장이었다. 특히 뷰티 부문에서의 성장이 눈에 띈다. VT의 '리들샷 앰플'이 품절 사태를 일으키면서 화제가 되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같은 대기업들까지 다이소 전용 세컨 브랜드 라인을 런칭했다. 2024년 뷰티 매출은 전년 대비 144%나 급증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류 부문도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며, 특히 겨울 시즌 이지웨어의 매출은 86% 급증했다. 고물가 속 가성비 의류를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한 결과다.

옴니채널 강화와 온라인의 급성장

2023년 12월 기존의 다이소몰(오픈마켓)과 샵다이소(자사몰)를 통합한 이후, 다이소의 온라인 성장이 가파르다. 익일배송, 픽업 서비스에 이어 최근 휴일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까지 추가했다. 온라인몰의 월 결제액은 2024년 1월 17억 원에서 12월 91억 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으며, 앱 사용자도 지난해 12월 기준 335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채널 확장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과의 완벽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옴니채널 전략의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유행을 미리 경험한 후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온라인에서 발견한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등 유연한 쇼핑 경험을 누린다.

불황의 시대, 다이소의 기회

2025년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가운데, 다이소는 오히려 기회의 시장을 마주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가 상품보다 필수재 중심으로, 명품보다 가성비 상품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는 다이소에게 '원정 경기'에서 '홈 경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경기가 좋았던 지난 몇 년간에도 다이소는 견고한 실적을 냈으나, 저성장 국면에서는 더욱 강력한 성장이 기대되는 것이다.

실제로 재무제표에도 이런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다이소의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비율은 2% 수준으로, 쿠팡의 7~8%대에 비해 훨씬 낮다. 다이소의 상품은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생활용품이 중심이고, 이미 최저가이므로 매대에 두면 결국 팔리는 성격의 물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다이소

2024년 4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달성한 다이소는 2025년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주 허브 센터 완공과 세종 허브 센터 구축은 물류 효율성을 한층 높일 것이며, 초저가 건강식품과 비타민, 콜라겐 샷 등 신제품 라인업은 부가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서 시작되는 당일배송 서비스 확대는 온라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다.

단순히 '싸게 파는' 회사에서 '똑똑하게 파는' 회사로 진화한 다이소. 1,000원에 물건을 팔면서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이 기적 같은 성과는 결국 원가 절감과 유통 효율화, 고객 니즈의 정확한 포착, 그리고 안정적인 재무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불황이 심할수록 빛나는 다이소의 비즈니스 모델은 2025년에도 한국의 유통 판도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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