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선방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전체 매출의 약 24%였던 해외 매출 비중이 2024년에는 28.9%까지 올라왔다. 2023년 연결 해외 매출은 약 3,7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으며, 국내 시장 부진 속에서 해외 매출이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 이상 국내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해외 판매법인의 실적을 살펴보면 중국 자법인 매출은 2024년에 2000억 원을 돌파했고 상해법인은 1870억 원, 길림법인은 300억원을 기록하며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시장에선 구세대 건강식으로 인식
썩 주저 앉았다. 5년 사이에 매출은 7%가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15%에서 6%대로 떨어진 것이다.
실적이 하락세를 보인 만큼 국내 소비자들이 정관장을 보는 시작도 변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정관장을 주로 ‘어르신들이 드시는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구세대의 건강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적악화 불구 재무건전성은 양호
현재 정관장은 매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부채 비율은 약 10% 내외로 거의 무부채 상태에 가깝고, 유동 비율은 1000% 이상으로 유동성이 매우 풍부하다. 자산 규모는 약 2조 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 보유액은 약 2400억 원으로 자산의 약 10%를 현금으로 보유 중이다.
이 같은 재무 건전성은 의도적인 경영전략의 산물이다. 정관장은 돈을 벌면 재투자나 배당재원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쌓아두는 경영을 해왔다. 자금이 충분하다 보니 변신을 꾀할 체력은 충분한 셈이다. 즉 보수적으로 꾸려온 재정운영이 향후 성장의 밑걸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에브리타임의 성과는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내 매출의 약 17%를 차지하는 정관장 제품 중 매출 1위 상품이며, 2024년 기준 약 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 기준 약 250만 박스가 판매되었으며, 성인 10명 중 1명 정도는 섭취해본 경험이 있는 수준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에브리타임이 2024년 국내 매출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에브리타임의 글로벌 성공은 현지화 전략의 결실이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개발했고, 중국에서는 수출액이 전년 대비 44% 증가했으며, 대만은 3배 증가라는 경이로운 성과를 기록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젊은 인구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로 회복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부스팅 제품들을 선보였다. 에브리타임 2000㎎, 에브리타임 파워풀 녹용, 에브리타임 에너지부스트 등 한국에는 없는 맞춤형 제품들이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새로운 성장 주체로 등장한 5060세대
정관장의 최근 매출 데이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5060세대의 부상이다. 2024년 5월 기준으로 50~60대 세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64%로, 2020년 대비 15%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인구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평균 기대수명이 83.5세로 늘어났고, 초혼 연령도 남성 33.9세, 여성 31.6세로 높아지면서 5060세대가 동시에 부모, 자녀, 손주를 챙기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5060세대의 구매 패턴도 명확하다. 자녀를 위해서는 '에브리타임'을, 부모를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인 '천녹'과 선물 패키지 '다보록'을, 손주를 위해서는 '홍이장군' 같은 어린이 건강 제품을 구매한다. 간편건강 제품인 에브리타임의 5060세대 5월 매출 비중은 5년 전 대비 약 10%포인트 증가했으며, 다보록은 14%포인트, 천녹은 5%포인트, 홍이장군은 15%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다각화 전략, 홍삼 원툴 이미지를 벗다
정관장이 2027년까지 매출 2조 원을 달성하려면 현재(2024년)를 기준으로 약 두 배의 성장이 필요하다. 이는 향후 3년 동안 매년 약 25% 성장을 해야 가능한 야심찬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관장이 추진 중인 다각화 전략은 크고 다면적이다.
먼저 신규 원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침향 제품 '기다림'의 출시처럼 기력 증진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카테고리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해외 건강기능식품 수입 회사인 '센트럴 팜'을 인수하여 국내외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또한 인기 비타민이나 프로틴 파우더 브랜드를 인수하여 정관장 매장 및 온라인에서 비타민 D, 유산균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확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홍삼 원툴에서 벗어나 다양한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브랜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고부가가치 뷰티 브랜드 키워나가
정관장은 홍삼 기반의 뷰티 브랜드 '동인비'를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 이는 홍삼의 미용 효능을 활용한 전략적 선택이며, 고부가가치 시장인 화장품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건강기능식품의 경계를 넘어 뷰티 케어 시장까지 진출함으로써 정관장은 진정한 의미의 종합 건강 브랜드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웰빙 시장의 확대와 함께 뷰티와 헬스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를 반영한 전략이기도 하다.
정관장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 확대에 적극적이다. 최근 코스트코와 아마존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코스트코에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0% 급증하는 성과를 기록했으며, 이는 정관장의 품질 개선과 마케팅 전략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어필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관장 홈페이지
마주해야 할 현실적 과제들
정관장의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국내 시장에서는 신 진입자의 공격적인 진출과 기존 기업들의 경쟁 심화가 계속되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빠른 디지털 마케팅 및 SNS 마케팅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정관장은 오랜 역사의 대기업인 만큼 의사 결정 속도나 마케팅 민첩성에서 경쟁사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답변화 노력이 필수적이다.
면세 채널의 회복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면세 매출은 회복이 60~7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주력 소비 주체인 중국 단체 여행객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 전체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위축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기능식품 수요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가 부담 확대로 인한 이익률 악화도 장시적 숙제다. 2024년 정관장은 매출은 성장했지만 원가 상승으로 인해 이익률이 소폭 하락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과 홍삼 원료비 상승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위기와 기회의 교차로에서
정관장은 현재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에서는 주춤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선전하고 있다. 매출은 감소하고 있지만 재무 구조는 견고하다. 홍삼이라는 전통적 카테고리는 부진하지만 에브리타임 같은 혁신 제품은 성공하고 있다. 젊은 층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지만 5060세대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이 모든 모순은 사실 현실의 반영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 시대에 진입했으며,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들이 동시에 여러 세대, 여러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관장이 보여주는 전략들(글로벌 확장, 제품 다각화, 고령층 세분화)은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다.
2027년까지 매출 2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까? 중국의 단체 관광이 본격화되고, 에브리타임 같은 혁신 제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대되며, 5060세대의 프리미엄 소비가 지속된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정관장이 글로벌 건강 브랜드로서의 도약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할 시점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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