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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거침없는 신고가 랠리...숨은 주역은 'ETF'

퇴직연금·ETF 성장으로 한국 주식시장 수급 구조 근본적 변화

신규섭 금융·연금 CP

2026-01-21 09:47:11

코스피, 거침없는 신고가 랠리...숨은 주역은 'ETF'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코스피가 파죽지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6년 1월 2일부터 19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4,300포인트대에서 단숨에 4,800포인트대로 치솟았다. 4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자동차(로봇), 방산, 조선, 반도체, 기계 등 IT와 산업재 중심의 대형 수출 업종이 강세를 주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랠리의 주역이다.
표면적으로는 금융투자가 순매수 주체로 나타난다. 2025년 이후 금융투자 순매수와 코스피 지수는 높은 동행성을 보이며 누적 33조9천억원을 순매수해 신고가 랠리를 견인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조7천억원, 2조7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올해도 금융투자가 누적 3조6천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조7천억원 순매도, 외국인은 5천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그러나 금융투자 순매수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금융투자 수급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은 ETF 신규 설정에 따른 유동성 공급"이라며 "표면적으로는 기관 매수세로 보이지만 실질은 개인투자자의 ETF 수급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조

ETF 시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이 메커니즘이 명확해진다.
ETF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 프리미엄이 발생하면, 지정참가회사(LP 및 AP)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이 해당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구성종목들을 매수해 현물 바스켓을 준비한다. 이를 운용사에 제출하면 운용사는 동등한 가치의 ETF 신규 지분을 발행하고, 증권사는 이를 다시 시장에 매각한다. 결국 개인투자자의 ETF 매수는 증권사의 기초자산 매수로 이어지며, 이것이 KRX 투자자별 매매동향 통계상 '금융투자의 순매수'로 집계되는 것이다.

금융투자 수급에는 ETF 유동성 공급 외에도 현선물 차익거래, ELS 헤지, 프랍 트레이딩 등의 요인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대규모 우상향 순매수 흐름을 이들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선물 시장에서 뚜렷한 수급 방향성이 부재하고, ELS 발행 규모는 지속 감소 중이며, 증권사의 리스크 노출 축소 및 규제 강화로 프랍 트레이딩 규모도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퇴직연금 시장과 ETF 시장의 구조적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누적 퇴직연금 적립금은 446조원으로, 매년 10%대 증가율을 보이며 2019년 대비 102%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운용 방식별 적립금 구성비 중 원리금 보장형 비중은 여전히 74.6%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주식시장으로 이전할 수 있는 대기 자금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은 2018년 87.1%에서 지속 감소하는 반면, ETF로 구성된 실적 배당형은 2018년 9.7%에서 2024년 17.5%로 80.4% 증가했다. ETF 시장 자체도 급성장했다. 2016년 1월 20조원에 불과했던 국내 상장 ETF 순자산총액(AUM)은 10년 만에 324조원 규모로 16배 넘게 성장했다.

ETF 시장은 단순 지수 추종을 넘어 월배당, 특정 테마(로봇, AI), 레버리지, 채권형 등 투자자의 세분화된 요구를 충족시키는 상품들을 지속 출시하며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ETF 상품 다양화 및 국내 상장 ETF 투자 매력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시사한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이재원 애널리스트는 "2020년 동학개미운동 당시 개인 수급과 달리 현재 개인이 누적순매도 상태라는 이유로 개인이 주식을 팔고 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며 "ETF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장에 참여 중인 개인의 변화된 머니무브 방식에 따라 수급을 해석할 때 ETF 거래 구조를 고려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는 크고 구조적으로 더욱 성장할 전망이며, 여전히 퇴직연금 내 주식투자 비중은 낮아 추가 유입 여력이 크다"며 "ETF 시장은 세분화되고 있으며 규제도 완화되어 투자 매력과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증시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자금 성격이 단기 소음에 흔들리는 투기적 자금에서 장기적 추세를 추구하는 안정적 자금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시장 변동성 완화와 안정적 유동성 공급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을 바꿔볼 시점이라는 조언이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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