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앤디파마텍 역할 분담 신약 개발 가속화
LG AI연구원과 디앤디파마텍의 협력 구조는 명확하다. LG AI연구원은 질병을 유발하는 생체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기존 방식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최적의 펩타이드 서열을 설계하고 신약 후보 물질을 제시한다. 디앤디파마텍은 LG가 설계한 후보물질을 직접 합성·평가한 후, 전임상 시험과 임상 개발, 나아가 글로벌 인허가까지 담당한다. 양사가 각자의 강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과정이 일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디앤디파마텍이 검증한 결과를 다시 AI 모델에 반영하는 순환 학습 구조를 만들어, AI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협력 방식이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고, 임상 시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AI 단백질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펩타이드 신약 개발의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강조했으며,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도 "LG의 AI 역량과 우리의 펩타이드 개발 경험을 결합하면 연구 효율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주사제 한계 뛰어넘은 '먹는 펩타이드'
펩타이드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짧게 연결된 생체 활성 물질이다. 우리 몸의 회복과 성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항체 의약품이 공략하기 어려운 세포 내 질병 원인 물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 위험이 낮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러나 기존 펩타이드 신약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위장 소화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고 장에서의 흡수율이 낮다는 이유로 주사제 형태로만 개발돼 왔던 것이다. 환자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데다 시장 확대에도 제약이 따른다.
LG와 디앤디파마텍이 나선 과제는 이 한계를 AI 기술로 극복하는 것이다. 안전성과 흡수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알약 형태의 경구 치료제를 개발함으로써, 난치성 질환과 정밀의료 분야에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매크로사이클릭 펩타이드 등 경구용 펩타이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게 양사의 목표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임우형 LG AI연구원장(왼쪽)과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오른쪽)가 차세대 펩타이드 신약 공동 개발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미지 확대보기LG, 바이오 AI 생태계 구축 진행 중
이번 계약은 LG의 바이오 AI 전략의 한 부분일 뿐이다. LG AI연구원은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센터와 협력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플랫폼 '암 에이전틱 AI'를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암 조직 분석부터 치료 전략 설계까지 AI가 전 주기에 걸쳐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시스템이다. 기존에 2주 이상 걸리던 조직 검사를 실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고, 임상 개발 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울러 LG AI연구원은 AI 기반 신물질 개발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연구자의 질문에 AI가 동료처럼 대화하면서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기존 대비 수십 배 빠른 속도로 유망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다.
신약 개발부터 암 진단, 치료제 추천까지 아우르는 이 같은 생태계 구축은 구광모 회장이 AI를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강조해온 경영 철학이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이다. LG는 연구기관과 바이오 기업을 아우르는 협력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 생태계를 지속 확장하며, 신규 사업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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