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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제도 성공 핵심 필요 조건들(6) : 연합형수탁법인은 영리형이라야 한다

성기환 CP

2026-06-29 08:25:43

김성일 이음연구소장(경영학 박사)

김성일 이음연구소장(경영학 박사)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은 대한민국 노후 보장 시스템의 백년대계를 위한 담대한 여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취지와 이상적인 목표를 가졌더라도, 그 설계가 현실의 토양에 발을 딛지 못한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만다.

현재 논의 중인 기금형제도 도입 형태 중 ‘연합형 수탁법인’의 경우 노사정 합의문에는 영리성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으나, 사용자들이 수탁법인을 통한 영리 추구의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비영리 재단법인이 중심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취지는 ‘법안 속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 ‘재단법인’이라는 이상, ‘배임’이라는 현실의 벽

연합형 수탁법인의 법인격을 ‘재단법인’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아마도 비영리성을 통해 공익성을 담보하고, 설립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가입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의도는 기업의 법적 책임과 의무라는 현실을 괴리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형 수탁법인이 설립되려면 초기 설립자본, 즉 ‘출연재산’이 필요하다. 이는 연합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공동으로 출연하는 자금이 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회사의 자산을 외부에 무상으로 증여하거나 뚜렷한 대가 없이 이전하는 행위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 즉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재단법인’에 자산을 ‘출연’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는 사실상 ‘증여’ 또는 ‘기부’와 같다. 일단 출연된 재산은 재단의 소유가 되며, 출연한 회사는 그 재산에 대한 법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비록 직원들의 복지 향상이라는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의 재산인 회사 자금을 외부 비영리법인에 대가 없이 넘기는 의사결정을 한 이사는 언제든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과연 어떤 경영자가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선뜻 거액의 자금을 출연하여 연합형 기금 설립에 나서겠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결국, 연합형 수탁법인은 재단법인으로 한다면 연합형 기금이라는 길의 입구에 ‘배임 위험, 진입 금지’라는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것과 다름없다.

2. 소유와 경영의 분리: ‘영리형 비배당 법인’이라는 해법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해법은 ‘소유’와 ‘경영’의 목적을 분리하는 지혜로운 법인격 설계에 있다. 연합형 수탁법인을 재단법인이 아닌, ‘상법상 주식회사(영리형)로 설립하되, 정관 및 법률을 통해 이익 배당을 금지하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명확한 장점을 가진다. 첫째, 배임 리스크의 원천적 해소로서 사용자(기업)는 연합형 수탁법인에 ‘출연’이 아닌 ‘출자’를 하게 된다. 즉, 자금을 내고 그 대가로 지분(주식)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는 기부가 아닌 명백한 ‘투자’ 행위다. 따라서 배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기업은 자신들이 출자한 만큼의 의결권을 통해 기금 운영에 합리적인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책임경영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둘째, 공공성과 비영리성의 실질적 담보로서 “영리법인이 어떻게 공익성을 담보하는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핵심은 ‘배당 금지’ 조항이다. 이 법인은 영리 활동(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지만, 그 수익은 주주(출자 기업)에게 배당되지 않는다. 발생한 모든 이익은 법인 내부에 유보되어 ▲가입자를 위한 서비스 강화 ▲운용 시스템 고도화 ▲수수료 인하 재원 등으로만 재투자되어야 한다.

즉, 법인의 형태는 ‘영리’이지만, 운영의 목적과 결과는 철저히 ‘비영리’와 ‘공익’을 지향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가입자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기금형 제도의 본질적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성장 및 책임경영 유도로서 재단법인은 외부의 추가 출연 없이는 성장이 어렵지만, 주식회사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필요시 운영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 이는 기금의 성장 단계에 맞춰 안정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또한, 주주인 사용자들이 이사 선임 등을 통해 기금운영을 감시함으로써, 수탁법인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책임경영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영리형 비배당 법인’의 연금 선진국 성공 모델은 다음과 같다.

(1) 호주의 산업별 슈퍼애뉴에이션 (Industry SuperFunds)

호주의 퇴직연금(슈퍼애뉴에이션) 시장을 주도하는 산업별 연기금들은 대부분 ‘영리형 비배당’ 모델의 전형을 보여준다. 산업별 슈퍼에뉴에이션의 "Run only to benefit members" (오직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운영)는 핵심 슬로건이자 운영 철학이다.

이 펀드들은 법적으로 주주가 없으며, 발생한 모든 이익은 비용을 제외하고 전부 가입자(회원)들의 계좌로 돌아간다. 외부 주주에게 배당할 이익이 없으므로, 더 낮은 수수료와 더 높은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 특징은 첫째, 지배구조로서 노사(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가 동수로 참여하는 이사회에 의해 운영된다. 이는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운영을 책임지고 감시하는 구조로, 연합형 수탁법인의 지배구조 설계 시 참고할 만하다. 둘째, 성과로서 호주 산업별 연기금들은 수십 년간 주주 기반의 영리 금융회사들보다 일관되게 높은 성과를 보여주며, 이 모델의 우수성을 증명해 왔다.

(2)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CPPIB: Canada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

캐나다의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CPPIB는 한국의 국민연금공단(NPS)과 자주 비교되지만, 그 법적 형태와 지배구조는 주목할 만하다.

그 특징은 첫째, 법적 형태로서 CPPIB는 캐나다 정부가 소유한 ‘Crown Corporation(공기업)’이지만,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이사회와 경영진이 운영하는 상업적 투자 기관이다. 정부는 주주가 아니며, CPPIB의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

둘째, CPPIB의 법적 임무는 단 하나, "정치적 개입 없이 캐나다 연금 가입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펀드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발생한 수익은 캐나다 정부의 재정이 아닌, 오직 연금 지급을 위한 기금으로 적립된다.

셋째, 자율성과 책임으로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은 보장받되, 엄격한 법적 의무와 투명한 정보공시를 통해 운영의 책임성을 확보한다.

이처럼 ‘영리형 비배당’ 모델은 결코 낯설거나 실험적인 개념이 아니다.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여러 연금 선진국에서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의 연금 자산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핵심적인 지배구조 원리로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합형 수탁법인 역시, 이 검증된 성공 모델을 우리 현실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배임의 공포 없이 참여의 문을 열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그렇게 모인 자산이 오직 가입자의 노후를 위해서만 쓰이도록 강력한 자물쇠를 채우는 것. 이것이 바로 연합형 기금을 성공으로 이끌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해법이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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