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팔아 독립자금을 만든 비결 많은 남자의 청년시절
김진우는 1883년 영월에서 태어나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항일 의병장 유인석의 문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붓을 들기 시작했고, 이후 본격적인 서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다만 단순한 화가로 머물지 않았다. 1919년 서화 연구를 명목으로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에 참여했으며, 강원도 대표의원으로서의 역할도 맡았다.
그의 활동 방식은 독특했다. 그려낸 그림들을 팔아서 번 돈은 모두 독립운동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 시대의 아픔을 붓으로 증언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자금으로 항일투쟁을 돕는 이중의 저항이었다. 하지만 1921년 귀국길에 그의 계획은 일제의 관헌에 의해 적발되었다. 체포된 그는 3년간의 옥고를 치르게 된다.
감옥 안에서 터득한 화법, 강인한 필치의 대나무로 피어나다
옥중을 나온 후 그의 작품들은 조선미술전람회에 여러 차례 특선으로 선정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의 대나무 그림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금강산인(金剛山人)이라는 호로도 불렸던 본관 강릉의 이 화가는, 결국 항일 의병장의 문하에서 시작한 그 붓질로 식민지 시대를 예술로 증언하는 화가가 되었던 것이다.
역사 속 잊혔던 인물을 현대에 되살리는 문화 기획
오랫동안 그의 이름과 업적은 역사 속에 묻혀 있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의병이나 문인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반면, 붓과 그림으로 시대를 증언한 화가들은 덜 주목받아 왔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1991년이었다. 간송미술관의 특별 전시가 계기가 되면서 김진우라는 인물이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으며, 2005년에는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었다.
이제 그의 정신은 전시 공간을 넘어 시민들의 손으로 직접 전승된다. 강릉 소재 복합문화예술공간 하슬라아트월드는 오는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광복절을 맞아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81년 전의 마음을, 오늘 우리의 붓끝으로'다. 영월 지점인 젊은달과 이파크에서도 동일한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옛 화가의 필묵을 따라 오늘의 손으로 그어보다
이 체험은 매우 직관적이다. 관람객들은 김진우 화백의 대표작인 묵죽도를 참고하여 붓펜으로 직접 대나무 한 그루를 따라 그려볼 수 있다. 관람권을 소지한 사람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행위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81년 전 감옥에서 자리밥으로 만든 붓으로 그려낸 그의 필체를 따라가는 것은, 독립운동가로서의 그의 정신을 현대에 이어받는 의식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슬라 관계자는 "많은 관람객이 이번 체험을 통해 김진우 화백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길 바란다"며 "붓과 그림으로 시대를 증언한 화가들의 역사가 더 널리 알려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여름, 강릉의 바다를 바라보는 미술관에서 81년 전 감옥 속의 한 화가와 만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에픽 이성수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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