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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신학기냐 '관료' 이형주냐…수협은행장 선임 또 파행

행추위 표결서 '3 대 2' 파행…4표 의결 요건에 막혀 연휴 뒤 재논의

성기환 CP

2026-09-23 08:13:55

신학기 행장 및 이형주 원장. [사진=각사]

신학기 행장 및 이형주 원장. [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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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픽 성기환 CP] Sh수협은행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첫 관문부터 멈춰 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는 전날 오후 1시 30분 회의를 열고 차기 행장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표결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21일 진행된 후보 6명 대상 면접 결과를 토대로 이날 최종 1인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신학기 현 행장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표를 3 대 2로 나눠 가지면서 표결이 불발됐다.

내부 출신 연임이냐 관료 출신 발탁이냐를 둘러싼 행추위 내부의 팽팽한 셈법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내부통' 신학기 vs '관료' 이형주…6인 공모 속 '양강' 압축
이번 파행의 배경에는 '내부 출신'과 '관료 출신'이 정면으로 맞붙은 대립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공모에는 신 행장을 비롯해 정철균·박양수 전 수협은행 부행장 등 내부 출신 3명과, 이 원장과 이형승 BNK투자증권 사외이사, 강철승 한국수산정책포럼 대표(전 중앙대 교수) 등 외부 출신 3명이 지원해 6명 전원이 면접 대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서도 금융권의 관심은 신 행장과 이 원장 두 사람에게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선은 수협은행 지배구조 역사에서도 상징성이 작지 않다. 신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리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연임 행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1995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해 전략기획부장과 경영전략그룹 수석부행장을 거쳐 2024년 행장에 오른 신 행장은 재임 기간 실적을 연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협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말 63조3천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0조828억원으로 늘어 처음 70조원대에 올라섰고, 세전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3천129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2천34억원을 기록했다.

수협은행이 2020년 김진균 전 행장, 2022년 강신숙 전 행장에 이어 2024년 신 행장까지 세 차례 연속 내부 출신을 행장으로 선임해 온 흐름도 신 행장에게 우호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반면 이 원장이 최종 선정되면 2017년 4월 이원태 전 행장 퇴임 이후 9년 만에 나오는 관료 출신 행장이 된다. 제39회 행정고시 출신인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상임위원 등을 두루 거친 정책·규제 전문가로 꼽힌다. 당국과의 소통 능력과 규제 대응력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부 후보로 함께 이름을 올린 이형승 BNK투자증권 사외이사와 강철승 한국수산정책포럼 대표는 이번 표결에서 유의미한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후보인 정철균·박양수 전 부행장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상 신 행장과 이 원장 두 사람으로 압축된 구도가 이날 표결에서도 그대로 확인된 셈이다.
이 원장이 현직 금융위원회 1급 고위공무원이라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FIU 원장은 장·차관 바로 아래 고위공무원단 소속으로, 금융위 내에서는 서열 3위인 사무처장급에 해당한다.

최근 주요 국책은행장 인선이 잇따라 내부 출신으로 채워진 흐름과 달리,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업무를 총괄하는 현직 감독기관장이 은행장 공모에 나선 것 자체가 현 정부의 인사 기조와는 결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 대상 공직자가 행장으로 최종 선정될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뒤따른다. 다만 정책·감독 경험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이 같은 논란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단정하기 이르다.

'4/5 의결 요건'에 막힌 표심…정부 측 추천 위원도 갈라졌다

파행이 되풀이된 배경에는 수협은행 특유의 의결 구조가 자리한다. 행추위는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2명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가 각각 1명씩 추천한 정부 측 3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후보로 확정되려면 5명 가운데 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부 측 위원이 수적으로 우세하다는 '관치금융' 지적이 나오자 과거 정부 추천 위원 1명을 줄이고 중앙회 위원을 늘려 지금의 '3 대 2' 틀을 갖췄지만, 여전히 중앙회 단독으로는 4표를 채울 수 없는 구조다. 어느 한쪽도 독단적으로 결과를 밀어붙이기 어렵게 설계된 셈이다.

이날 표결에서 신 행장은 중앙회 몫 2표에 정부 추천 위원 1명의 표를 더해 3표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원장은 정부 추천 위원 2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애초 금융권에서는 정부 몫이 3명에 이르는 만큼 관료 출신인 이 원장이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정부 추천 위원들 사이에서조차 단일 대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표 일부가 신 행장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추천 위원 3명 중 1명만 이탈해도 관료 출신 후보가 4표를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인 만큼, 이번 결과는 정부 측 내부 판단이 하나로 모이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공적자금을 2022년 전액 상환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정부 추천 위원이 행추위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짚을 대목이다. 이번 파행은 그 구조가 실제 인선 국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는다.

11월 17일 임기 만료 목전…'2017년 6개월 공백 사태' 데자뷔 우려

신 행장의 현 임기는 오는 11월 17일까지다. 수협은행은 별도 재공모 없이 기존 후보군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이후 비공개로 행추위를 다시 열어 재논의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표심이 3 대 2로 팽팽하게 갈린 만큼 단기간에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종 후보 결정이 10월 초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협은행은 과거에도 비슷한 진통을 겪은 전례가 있다. 2017년에는 이원태 전 행장이 4월 12일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을 정하지 못해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가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10월 25일 이동빈 당시 후보가 취임하기까지 6개월 넘게 행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2020년에도 이동빈 전 행장의 임기 만료(10월 24일)를 넘겨 나흘 뒤에야 후임 최종 후보가 결정됐고,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11월 11일에야 새 행장이 취임했다.

2022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행추위는 1차 공모에서 최종 후보를 정하지 못해 2차 공모까지 거친 뒤에야 단독 후보로 압축된 강신숙 당시 후보를 선임했다. 결국 2017년, 2020년, 2022년 세 차례 인선 모두 1차 공모·표결 단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재공모나 재논의 절차를 거친 셈이다. 공적자금 투입 이력과 중앙회 중심의 지배구조가 맞물려 인선 때마다 진통이 되풀이되는 구조적 문제가 이번에도 재연되는 배경이다.

수협중앙회 노동조합은 이번 인선부터 처음으로 후보자 전원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공식화하고 경영철학과 고용안정 등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해형 노조위원장은 자질이 부족하거나 외부에서 내려오는 인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선이 길어질수록 이 같은 검증 절차와 행추위 표심 셈법이 뒤섞이며 논의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정부 추천 위원 3명 표심 재조정이 관건…리더십 공백 장기화 가능성

결국 이번 인선의 향배는 정부 추천 위원 3명의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재정렬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표가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한 3 대 2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정부 추천 위원들 사이에서조차 이견이 확인된 만큼 이번 인선의 정치적·정책적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11월 임기 만료 이후 조직 동요와 리더십 공백이라는 악재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행장 공백이 길어질 경우 신 행장이 주도해 온 비은행 자회사 인수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9월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마무리해 첫 비은행 자회사인 Sh수협자산운용을 출범시켰고, 두 번째로 상상인증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어 오는 11월까지 독점 협상권을 갖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새 행장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 같은 인수합병 전략을 놓고 조직 차원의 의사결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재논의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느냐에 따라 향후 수협은행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부와 중앙회 간 힘겨루기의 방향도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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