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본의 오프라인 체험형 공간 Studio 1886. [에이본 홈페이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82512452902436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에이본의 오프라인 체험형 공간 Studio 1886. [에이본 홈페이지]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미국법인 LG H&H USA는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 지분 100%를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처분금액은 600만 달러, 한화로 약 84억 원이다. 9월 1일 거래가 종결될 예정이다.
캐나다 사업도 함께 정리된다. 더에이본컴퍼니 캐나다 지분 100%는 단돈 1달러에 양도된다. 자본잠식 상태인 부실 자회사를 처분해 향후 발생할 재정적 부담과 비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다.
거래 전 LG생활건강은 재무 구조를 정리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더에이본컴퍼니에 빌려주었던 2억 550만 달러(약 2,863억 원)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내부 채권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로, 추가 현금 투입 없이 기존 대여금을 자본화하는 방식이다.
더에이본컴퍼니가 LG생활건강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직접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화장품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에이본 레이디라 불리는 판매원들의 방문과 구전 중심의 인적 네트워크 판매 방식은 세포라(Sephora)와 얼타(Ulta) 같은 멀티 브랜드 매장과 아마존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 속에서 완벽히 도태됐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고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 결과는 누적 적자로 나타났다. 더에이본컴퍼니는 지난해 30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361억 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회사는 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벗어날 길을 찾지 못했다.
경영진에도 변화가 생겼다. 에이본 인수를 주도했던 차석용 전 부회장은 2022년 실적 악화가 심해지면서 18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투자 결정이 회사에 가져온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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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시장이 정답이었다
LG생활건강은 이번 매각을 기점으로 북미 사업의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 에이본이라는 레거시 브랜드를 정리하고, 가능성 있는 K뷰티·웰니스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회사가 주목하는 브랜드는 닥터그루트, 빌리프, CNP 등이다. 이들 브랜드는 리테일과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뷰티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기민하게 방향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향후 브랜드 중심의 성장 전략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리테일 및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뷰티·웰니스 브랜드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 성장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종결 후 에이본 북미사업은 에이본 인터내셔널과 동일한 리더십 아래 통합되어 운영된다. 에이본 인터내셔널은 지난 1월 글로벌 투자회사 리전트에 인수되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북미를 제외한 주요 시장의 에이본 사업을 운영 중이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 소셜 셀링 등 핵심 영역에서는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거액 손실 불구 시장은 긍정적 판단
역설적이지만 시장과 증권가는 이번 매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에이본컴퍼니는 매년 수백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LG생활건강의 발목을 잡아온 '돈 먹는 하마'였다.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회사의 체질 개선과 수익성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LG생활건강의 이번 결정은 K-화장품 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수한자산을 인수해도 시장 환경에 맞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이 K뷰티 브랜드로의 전환을 결정한 것은 그러한 교훈을 받아들인 신호다. 5000억 원의 투자 손실은 크지만, 그만큼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면 향후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성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닥터그루트와 빌리프가 LG생활건강의 북미 꿈을 이어받아야 할 차례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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